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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9. 2021

영화: 바바렐라(Barbarella)

우주를 종횡무진 활약하는 섹시한 여전사

요즘은 우주를 무대로 한 SF 영화가 넘쳐나지만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SF 영화는 아주 드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야 영화기술의 발달로 우주의 모습을 화려한 영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이러한 기술적 기반이 취약하였던터라 제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도 아무래도 당시에는 우주에 관심을 가진 영화 팬들의 숫자가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던 것도 한 원인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바바렐라>(Barbarella)는 우주를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무찌르는 여전사 바바렐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서, 1968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하여 제작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당시 우리집에서는 월간 사진잡지인 <라이프>지를 정기구독하고 있었는데, 바바렐라 촬영과 관련한 사진 화보집이 몇 달에 걸쳐 게재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주인공인 바바렐라 역은 제인 폰다(Jane Fonda)가 맡았다. 제인 폰더는 잘 알고 있듯이 유명한 미국 배우인 헨리 폰다의 딸이다. 그녀는 영화외에도 베트남 전쟁 반전운동, 환경 운동,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적 지원 운동 등 진보적 사회운동을 활발히 하여 “의식있는 여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제인 폰더는 배우 시절 “등이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영화 <바바렐라>의 전체 스토리는 먼 미래인 40세기에 지구연방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실종된 과학자 듀란 듀란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우주 여전사 바바렐라의 모험을 그렸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는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 영화 팬들의 관심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험, 그리고 주인공 바바렐라가 겪는 여러 가지의 성적 모험, 또 매우 노출도 높은 바바렐라의 복장과 남녀관계 등이 팬들의 흥미의 대상이 되었다. 


또 바바렐라가 우주를 다니면서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장면도 크게 화제가 되었다. 남녀가 옷을 입은채로 마주보고 앉아 서로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바닥을 통해 흐르는 기를 통해 성관계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이 장면은 그 당시 꽤 유행하여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서로 손바닥을 마주대고 낄낄대며 웃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이 영화와 관련하여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한 때는 아마 중학교 2학년 쯤이었을 거라고 기억하는데, 그 당시 대구의 외국영화 전문 재개봉관인 송죽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미성년자 입장불가였지만 들어가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당시는 극장에 들어가면 대개 영화 상영 중간이었기 때문에, 깜깜한 속에서 눈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좌석을 더듬거리며 빈좌석을 찾아 앉는 것이 보통이다. 대개는 뒷자리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하고, 앞자리는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영화관 안으로 처음 들어온 사람은 제일 앞자리 쪽으로 들어가 빈좌석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뒤쪽으로 가다가 사람이 앉아있는 자리에 이르게 되면 바로 그 앞자리에 앉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자리 가운데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내 앞으로는 10줄 가량의 빈좌석들이 있었다. 그런데 극장 안에 새로 들어온 신사 한 분이 저 앞에서부터 손으로 자리를 더듬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맙소사! 바로 담임 선생님이다. 그 당시 학생들은 극장에 가는걸 금지했는데, 그것도 미성년자 입장불가 영화까지 들어왔으니 큰일났다 싶어서 가만히 안절부절 앉아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의자를 한칸 한컨 더듬거리며 내쪽으로 다가와서는 내 팔을 툭툭 쳐보고는 사람이 앉아있는 걸 알고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았다.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 그래도 한창동안 그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다가 아무래도 불안해서 다른 자리로 옮겼던 일이 지금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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