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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9. 2021

충청도 여행: 부소담악과 용암사

(2021-10-22) 호수와 산이 빚어낸 절경, 그리고 운무대의 풍경

지난주 평창 가리왕산에 가면서 단풍을 기대했으나 날짜가 일렀던지 단풍은 거의 보지 못하였다. 10월 13일에 출발하여 15일에 돌아왔는데, 가는 날은 단풍을 거의 찾을 수 없었으나, 이틀 뒤인 오는 날에는 군데군데 단풍이 막 들려고 하는 풍경들이 보였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으니 이제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지 않을까 해서 오늘은 당일치기로 근처의 명소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근처의 명소로서 그동안 아끼고 아껴두었던 곳이 한 곳 있다. 바로 부소담악(芙沼潭岳)이다. 부소담악이란 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일 년 전쯤 되는데, 몇 번인가 들리고 싶었지만 가장 경치가 좋은 계절에 찾겠다고 지금까지 미루어 둔 것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단풍철로 접어든 것 같아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 생각되어 오늘 이곳을 가기로 하였다. 집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이므로, 부소담악을 거쳐 보은 독수리봉, 그리고 오는 길에 옥천에 있는 용암사를 들리기로 하였다. 


1. 대청호가 만들어 낸 절경 부소담악(芙沼潭岳)


부소담악이란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물에 비친 부소산”이라는 뜻이다. 옥천군에 ‘부소무니’라는 오래된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앞에는 암봉들이 늘어서 있다.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이 근처도 대청호의 물이 차면서 부소산의 암봉들이 호수 위에 떠있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 부소산은 예로부터 경치가 빼어나, 우암 송시열은 이곳을 소금강이라 예찬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암이 살았을 때는 이곳은 물길이 없었다. 이곳의 물은 대청댐이 만들어지면서 차올랐기 때문에 물 위에 떠있는 부소담악의 빼어난 경치를 송시열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만약 호수 위의 부소산의 절경을 송시열이 다시 보았다면 어떤 말로 그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하였을까?


세종시 집을 출발하여 40분 정도 달리니 좁은 산길 도로로 들어간다. 내비가 인도하는 대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가니 그 앞으로 대청호의 넓은 물이 펼쳐진다. 호수 가에는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100여 대 이상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인데, 주차된 차는 한 대도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주차장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옛 주차장이 있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 주민들 이름으로 된 “부소담악 산책데크 완성 환영”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차장 주위에 있는 작은 감나무에는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가을을 느끼게 한다. 


주차장에서 보면 앞에 넓은 대청호가 있고, 저 건너편에 길다란 얕은 산이 보이고, 그 중턱에는 정자가 하나 서있다. 호수가로 길이 나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저 건너편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왼쪽 길로 걸었다. 호수 바로 옆으로 난 길이라 대청호의 푸른 물과 건너편 산, 그리고 대청호 물에 비친 산의 풍경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 호수 옆으로 큰 건물 신축공사장이 나온다. 아마 이 쪽으로 큰 주차장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져 카페나 식당 혹은 숙박업소를 준비하는 것 같다. 


건설현장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나무 데크로 만든 산책로가 나온다. 산책로는 길 양쪽에 호수를 끼고 있는 숲 속을 통과하고 있다. 단풍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단풍이 드는 나무가 적어서인지, 이곳은 아직 단풍철이 되지 않아서인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단풍을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조금 실망이긴 하다만, 물 위에 떠 있는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으로 그런 아쉬움은 날아가 버린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잔디가 심어진 조금 넓은 공터가 나오고, 공터 안에는 장승이 몇 개 서있다. 장승 공원이라고 한다. 장승 공원에 오니 우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알고 보니 옛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온 사람들이다. 그쪽은 주차장이 좁아 주차가 쉽지 않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건너다 보이던 정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여기서부터 청평호 호수 속으로 긴 숲이 연결되어 있다. 대청호가 생기면서 낮고 작은 산봉우리가 아래쪽은 물에 잠기고, 봉우리 윗 쪽만 남은 것이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정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약간 험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대청호의 푸른 물을 양쪽으로 볼 수 있다. 


부소담악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다시 돌아온다. 올 때 지나왔던 장승 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으로 가면 우리가 주차한 주차장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옛 주차장이 나온다. 옛 주차장 가는 길로 잠시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 걷다 보니 호숫가에 잘 지은 주택이 두 개가 보인다. 아주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인데, 특별히 담장이나 문이 없어 염치 불고하고 정원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원은 바로 대청호와 연결된다. 참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좋은 집이다. 그런데 집주인은 집 관리하는 일이 보통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2. 용암사(龍岩寺)와 운무대


당초 계획으로는 부소담악 다음으로는 보은에 있는 독수리봉을 찾을 예정이었다. 독수리봉은 대청호 옆에 있는 봉우리로서, 그곳 전망대에 올라서면 영월에 있는 한반도 지형과 비슷하게 생긴 지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비가 그곳을 찾지를 못한다. 산 밑에 있는 어느 시골 마을 안으로 안내를 하는데, 이곳에 내려 산을 걸어 올라가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네이버 맵이나 T 맵 모두 엉뚱한 곳으로 안내한다. 어쩔 수 없이 독수리봉은 포기. 


다음 행선지는 옥천 용암사(龍岩寺)이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사찰인데, 비교적 사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집사람도 처음 들어보는 사찰이라 한다. 이렇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찰을 일부러 찾은 것은 용암사 뒤에 있는 ‘운무대’라는 곳이 절경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옥천 읍내를 지나 한참 달려 용암사가 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산속으로 난 도로가 상당히 가파르다. 그러나 최근 봉화 청량사나 양방산 전망대 등 아주 가파른 산길을 자동차로 오른 적이 있기 때문에 이제 이 정도 산길은 아무것도 아니다. 


용암사가 올려다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보인다. 바로 위 쪽에 절이 위치해 있는데, 비록 짧은 길이지만 경사가 심해 걷기에는 힘이 든다. 그렇지만 넓은 도로를 걸어 올라가면서 눈 아래 펼쳐지는 옥천읍의 풍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용암사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처음 창건되었는데, 오래된 유물로는 동서삼층석탑과 절 뒤에 위치한 마애불이 있다. 워낙 높고 험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절이기 때문에 절 터는 넓지 않다. 좁은 터에 대웅전을 포함한 몇 채의 절집이 비좁게 들어앉아 있다. 절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옥천읍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대웅전을 바라보면서 오른쪽에는 이 절을 상징하는 동서삼층석탑이 서 있다. 높이 3미터 정도의 꼭 닮은 두 개의 석탑이 나란히 서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탑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삼층석탑 바로 위에는 마애불이 자리하고 있다. 아주 작지만 또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마애불이다. 

용암사를 찾는 사람들은 절보다는 이 절 뒤에 있는 운무대를 찾기 위해서 온다. 운무대는 “구름과 안개를 즐긴다”는 雲霧臺인지, 아니면 “구름이 춤춘다”는 雲舞臺인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으나 한자 표기가 나와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운무대는 일출(日出)이 절경이라 알려져 있으며, 미국 CNN에서는 이곳을 한국의 절경 50곳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1박 2일’인가 하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이곳을 소개하였다고 한다.  


용암사 바로 위쪽으로 운무대 가는 길이 나있다. 아주 험한 산길이다.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산책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이것도 끊어지고 흙과 바위로 된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그만 내려올까 생각했으나 이왕 온 것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뭇가지를 잡고, 바윗돌을 짚으며 걸어 올라갔다. 조금 올라가니 제3 전망대라는 곳이 보인다. 역시 나무 데크로 만든 꽤 널찍한 전망대이다. 전망대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망원경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저 아래 옥천읍 시가지가 보이고, 그 넘어서는 다시 첩첩이 산들이 계속되고 있다. 올라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참 좋은 곳이다. 이곳의 가장 절경은 역시 일출이라 하는데, 늦잠이 많은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가을이라 해가 짧아져 이제 뉘엿뉘엿 해도 지려 한다. 


좋은 하루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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