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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3. 2022

영화: 백옥노호(白玉老虎)

치밀한 스토리를 못 따라가는 엉성한 사건의 구성

홍콩 무협영화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스토리를 관찰할 수 있다. 하나는 아주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이다. 악당에게 부모 형제나 문파가 멸망당한 후, 주인공이 무공을 쌓아 악당에게 복수하는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스토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아주 복잡한데, 영화에서 그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영화를 감상하면, 스토리의 연결이 잘 되지 않으며, 누가 누군지도 잘 구분도 가지 않는다. 


스토리가 복잡한 홍콩 무협영화 치고 그 내용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영화를 그다지 본 적이 없다. 이런 일반적인 패턴에 비하면 이전에 소개한 바 있는 <유성호접검>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스토리가 매우 복잡하며,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의 전달력도 아주 높다. 그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전체의 줄거리가 마치 하나의 강물의 흐름처럼 잘 이해된다. 


영화 백옥노호는 1977년 홍콩에서 제작된 정통 무협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 앞에서 말한 무협영화의 두 가지 유형에 비추어 두 번째 유형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가 비교적 복잡하고, 여러 번의 반전이 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그 스토리를 연결하는 하나 하나의 사건이  매우 억지스럽고, 구성이 엉성하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주인공 조무기(적룡)의 결혼식에 적대적인 문파의 인물들이 방문하여 식장을 어수선하게 만들어놓고는 물러간다. 이렇게 하여 적대적인 문파와의 긴장이 높아가는데, 며칠 후 조무기가 속한 문파의 장문인이 살해당한다. 내부 배반자가 있어서 그가 장문인을 살해한 후, 장문인의 목을 가지고 상대 문파로 달아나버린다. 이런 상태가 되자 조무기는 복수를 위해 상대 문파에 잠입하기로 한다.  

조무기는 상대 문파에 잠입을 하면서 몇 번의 위기를 겪는다. 그가 데리고 왔던 부하가 무심결에 그의 정체를 폭로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또 여러 사건에서 적의 의심을 살만한 일들이 생긴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조무기는 기지로서 위기를 넘긴다. 그리고 적의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갖은 어려움 끝에 상대 문파의 장문인의 딸과 결혼식을 하기로 한다. 이제 결혼식만 끝나면 조무기는 상대방의 신임을 받아 스승의 복수를 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혼식장에 본부인과 자신의 문파의 제자들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그들은 본부인을 두고 적의 딸과 결혼을 하는 배신자라고 소동을 벌인다. 그리고는 본부인은 그 자리에서 자살해버린다. 


참 일이 되는 게 없다. 원수를 갚기 위해 적진에 잠입하여 천신만고 끝에 적의 두목의 딸과 결혼을 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복수를 하려는 찰나에 본부인을 비롯한 자기편이 쳐들어와 훼방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조무기는 자신의 문파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스토리가 이 정도 되면 코미디라 해야 할지... 그리고 상대 문파에서도 조무기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일이 틀어져 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조무기는 상대 문파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되며, 마침내 상대 문파를 모두 처단하고, 스승의 원수를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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