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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5. 2022

영화: 제보자

황우석 사태를 모티브로 한 영화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최고 스타라면 단연 황우석 교수였다. 그는 줄기세포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연이어 내놓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연구자였다. 그 당시 그는 우리나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연구자였다.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한 기사는 매일매일 언론을 장식하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MBC PD 수첩에 의해 그의 연구가 거짓이었던 것이 폭로되었으며, 황우석 교수는 국민적 스타에서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전락되었다. 


사실 나는 당시 황우석 사건에 대해 두 가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황우석 사건이 터지기 전의 일이다. 황우석 교수는 수시로 언론에 출연하여, 몇 주일 뒤 혹은 몇 달 뒤 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가 놀랄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회견을 가졌다. 그런 뉴스를 보고 어떻게 과학계에서 그런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짧은 시일 내에 연이어 나올 수 있는지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내놓을 연구 성과란 것이 과연 그렇게 획기적인 연구인가 하는 의심도 좀 들었다. 그렇지만 그가 연구 사기를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황우석 교수와 관련한 당시의 보도

또 다른 생각은 PD수첩에서 이 사건을 폭로하고 난 뒤의 일이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2회에 걸쳐 방영되었는데, 첫 번째 방송이 나간 뒤 사회는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언론 기사와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다. 첫 번째 방영분은 연구 윤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연구윤리의 원칙은 실제로 상당히 엄격하다. 그런데 나도 연구자로서, 실제로 연구윤리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상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은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지고, 또 많은 연구자들도 이를 의식하며 연구를 수행하지만 그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라면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을 막론하고 연구윤리를 엄격히 준수하며 수행된 연구는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널리스트인 PD 수첩에서 연구윤리 준수 문제를 가지고 연구자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지니치다는 생각을 가졌다. 물론 그 이후로 황 교수의 연구가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런 생각을 접긴 하였지만. 여하튼 지금도 연구윤리의 문제를 언론이나 정계, 사회단체 등에서 거론하는 데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서론이 너무 장황하였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영화 <제보자>는 “황우석 사태”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사건으로서, 2014년에 개봉되었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는 국민적 스타로 등장한다. “제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이유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서입니다.”라는 그의 연설은 온 국민을 감동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 방송곡의 보도 프로그램인 <PD추적>의 윤민철 PD는 한 명의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통해 제보를 받게 된다. 그는 이장환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수행하였던 심민호 팀장으로서, 그는 외국의 저명 과학학술지에 실려 세계적인 평가를 받은 이장환 박사의 논문이 실은 조작되었고, 또 연구 수행 과정에서 수많은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해왔다고 폭로한다. 그렇지만 그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이 제보자의 제보를 믿게 된 윤민철 PD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 해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행위는 국익에 반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고, 모든 사람들이 윤민철 PD의 행동을 비난한다. 이미 사회적 권력이 된 이장환 박사 앞에서 한 사람의 방송 PD는 너무나 무력하다. 그러나 동료 팀원들의 성원과 마지막에는 방송국 사장의 결단에 힘입어 윤민철 PD가 제작한 폭로 프로그램은 전파를 타게 되고, 마침내 이장환 박사의 신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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