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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6. 2022

영화: 오랑팔괘곤(五郞八卦棍)

가문의 원수는 봉술(棒術)로 처단한다

보통 중국 무협영화는 칼을 쓰거나 아니면 맨주먹 즉 쿵후를 사용하여 결투를 벌인다. 이에 비해 영화 오랑팔괘곤은 조금 특이하게 봉술(棒術)을 이용하여 적과 싸운다. 무협영화에서 봉술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다지 드문 것은 아니다. 칼을 사용하는 싸움이나, 쿵후를 사용하는 싸움에서도 봉술은 자주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 봉술은 대개 보조적인 무술인데, 영화 <오랑팔괘곤>은 봉술 그 자체가 기본 주제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양오랑은 실제로 <오랑팔괘곤>이라는 봉술의 창시자라고 한다. 


영화 <오랑팔괘곤>은 1983년 홍콩의 쇼브러더즈 사에 의해 제작되었다. 때는 중국의 송나라 시대, 양 씨 집안은 대대로 국가에 충성해온 충신의 집안이다. 변방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양 씨 집안의 가장과 그 일곱 아들은 이들을 치기 위해 출전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함정이었다. 반란을 진압하는데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왕비의 아버지가 군사를 돌려 도리어 양 씨 집안의 군대를 친 것이다. 이 싸움에서 양 씨 집안의 가장과 군대는 전멸하고, 다섯째 아들과 일곱째 아들만이 겨우 살아서 돌아온다. 그나마 일곱째 아들은 패전과 아버지 및 형들의 죽음으로 정신이 이상해진다. 


아들 둘이 살아왔다는 것을 안 왕비의 아버지는 양 씨 집안을 찾아와서, 양 씨 부자들이 역모를 꾸몄다고 오히려 덮어 씌우고 아들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나 양 씨 집안의 여주인과 딸들은 다섯째 아들인 양오랑을 청량사란 절로 빼돌린다. 이 절에서 양오랑은 승려들이 봉술을 연마하는 광경을 보고, 자신도 원수를 갚으려면 무공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승려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봉술을 연마한다. 

양 씨 집안에서는 양오랑과 연락을 취하기 위하여 여동생 가운데 한 명을 청량사로 보낸다. 그러나 그 여동생은 청량사로 가는 도중에 왕비 일당에게 체포된다. 여동생을 포로로 잡은 왕비 일당은 청량사를 습격하여 양오량과 결투를 벌인다. 오랑은 승려들과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연마한 봉술로 왕비 일당을 물리친다. 그리고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천하를 주유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는 봉을 이용한 무술이 볼만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양오랑을 해치려는 적들은 모두 칼과 창이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들고 덤빈다. 이에 대항하여 양오량은 그동안 연마한 봉술로 적을 상대하나, 봉이란 건 치명적인 무기는 아니다. 현실에서 칼이나 창을 든 사람과 봉을 든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뻔하다. 칼과 창에 맞는다면 죽거나 큰 부상을 당하지만, 봉은 맞은다고 하더라도 그리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봉 끝에 칼날이나 창날을 달면 더욱 무서운 무기가 될 터인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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