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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0. 2022

영화: 당랑(螳螂)

막장 무협의 끝을 보여주마!

우리는 흔히 “막장 영화” 혹은 “막장 드라마”라 할 때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윤리적으로 갈 데까지 간 영화라는 뜻이 있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황당한 영화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 <당랑>(螳螂)은 1978년 홍콩 쇼 브라더즈에서 제작된 영화인데, 동양적 윤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인 데다 스토리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그야말로 막장 끝판왕의 영화라 할 것이다. 


주인공 위풍(강대위 분)은 청나라의 고위 관리를 아버지로 둔 무술의 고수이다. 청 황제는 위풍에게 자신에게 역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전 씨 집안을 감시하고, 역모의 진상을 밝히라는 명령을 내린다. 전 씨 집안은 반청복명(反淸復明)을 도모하고자 변방의 세력들을 규합하는 등 힘을 키우고 있다. 전 씨 집안은 가장을 비롯하여 모두들 무술의 고수들이다. 위풍은 전 씨 집안에 잠입하여 전 씨 집안의 손녀인 전지지와 사랑을 하게 되어,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전 씨 집안의 가장인 전지지의 할아버지는 손녀사위인 위풍을 청나라의 첩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그러던 중 전 씨 집안의 움직임을 소상히 염탐한 위풍은 부모에게 결혼을 알린다는 핑계로 황제가 있는 북경에 돌아가려고 한다. 이에 전지지의 할아버지는 이미 청에 반란을 도모하려는 계획을 알아버린 위풍을 절대로 북경으로 보낼 수 없다고 그를 가로막는다. 전지지는 위풍과 함께 북경으로 가려하자, 전지지의 할아버지는 이를 가로막고, 이 사실을 안 전지지의 어머니와 이모들은 딸과 사위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가장인 할아버지, 즉 그녀들의 시아버지에게 딸과 사위를 보내주라고 애원한다. 그렇지만 전지지의 할아버지는 그 말을 듣지 않고, 자신에게 반항하는 며느리와 손녀를 때려죽인다. 

자신의 아내와 장모, 그리고 처 이모의 죽음으로 무사히 전 씨 장원을 도망쳐 나온 위풍은 우연히 먹이를 잡는 사마귀(螳螂)의 모습을 보고, 당랑 권법을 창안해낸다. 당랑 권법을 익힌 위풍은 다시 전 씨 집안으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내와 장모를 죽인 전 씨 집안의 가장인 처 할아버지와 처삼촌들을 자신의 손으로 모두 죽인다. 이로서 전 씨 집안은 완전 멸망하게 되며, 청 나라에 대해 반역 기도는 무위로 돌아간다. 


북경으로 금의환향한 위풍은 아버지와 함께 청 황제를 알현한다. 황제를 알현하기 전 부자는 무슨 약을 먹는다. 이들 부자를 맞이한 황제는 전 씨 집안의 역모를 진압한 위풍을 크게 칭찬하며, 큰 상을 내리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반전이 나타난다. 위풍의 아버지는 황제를 향해 자신의 부자는 지금까지 명에 충성하고 있었으며, 명을 멸망시킨 청 황제에게는 결코 충성할 수 없다고 소리 지른다. 그리고는 자신들 부자는 이미 독약을 먹었으므로, 죽음으로써 명에 충성한다고 소리 지르며 죽어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토리이다. 할아버지란 인간은 며느리와 손녀를 때려죽이고, 손녀사위는 그 처 할아버지와 처 삼촌들을 모두 죽이는 막장을 연출한다. 그리고 청 나라에 맞서 명나라를 부흥시키려는 처갓집을 멸망시켜놓고 돌아와서는, 청 황제 앞에서는 명나라에 충성한다며 아버지와 함께 자살을 한다. 무얼 하자는 말인지 모르겠다. 막장 영화를 많이 봤지만, 막장도 이 정도라면 정말 할 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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