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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7. 2022

영화: 아내는 고백한다(妻は告白する)

조난 중 살기 위하여 남편의 로프를 끊어버린 아내

영화 <아내는 고백한다>는 마루야마 마사야(円山雅也)의 소설 <조난(遭難), 어느 부부의 경우>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1961년에 제작된 흑백영화이다. 이 영화와 원작이 된 소설은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에 쓰여졌다.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특별하다 할 것은 없었지만, 그 당시 여자의 지위, 여자들에 대한 사회의 통념 등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법정 드라마이다. 남편 살인의 혐의로 기소된 주인공 아야꼬의 재판에서 아야꼬의 유무죄를 주장하는 검사와 변호사의 설전, 그리고 이와 관련한 증인들의 증언 등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다키가와 아야꼬(滝川彩子)는 교수인 남편 료키치(亮吉)와 제약회사의 젊은 사원 코다(幸田)와 등산 중 조난을 당한다. 자일을 타고 암벽을 오르던 중 누군가가 실족을 하여 아야꼬와 남편 료키치는 자일에 매달리게 된다. 암벽 위에서는 코다가 자일을 둘러메고 확보를 하고 있으나, 혼자 힘으로는 공중에 매달린 두 사람을 끌어올릴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아야꼬와 료키치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상황이다. 이 상태라면 셋 모두 암벽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이 상황에서 아야꼬는 칼을 꺼내 남편이 매달린 자일을 끊어버리고 만다. 남편은 수백 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고, 아야코와 코다는 목숨을 건진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아야코를 살인혐의로 기소하고, 변호사는 이에 대해 아야꼬의 행위는 긴급 피난에 해당되어 무죄라고 주장한다.


법정에서 검사는 아야꼬의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증거를 내놓는다. 아야꼬는 약대에 다니면서 교수인 료키치에게 겁탈을 당하여 어쩔 수 없이 결혼하였다고 하며, 평소에 남편을 미워하였고, 그로 인해 고의로 자일을 끊어 남편을 죽였다고 한다. 아야꼬와 변호인 측은 남편을 미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며, 아야꼬가 자일을 끊지 않았으면 모두가 죽었을 것이며, 그러기 때문에 그 행위는 살인이 아니라 긴급피난이라고 주장한다.

또 검찰은 아야꼬가 큰 금액의 남편의 생명보험을 들었다는 증거를 내놓지만, 변호인 측은 그것은 남편이 가입한 것이라 주장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정황을 들어 검찰은 아야꼬의 행위가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아야꼬와 변호사는 이를 반박한다.


증인으로 등장한 경찰의 증언이 재미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그는 이것이 살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한다. 정상적인 아내라면 남편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자일을 자르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에 변호사가 묻는다. 만약 위치가 바뀌어 남편이 자일을 자를까 말까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어떠할 것이냐고 묻는다. 경찰은 만약 남편이 그랬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한다. 남자는 위급 상황에 아내를 버려도 되지만, 아내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긴 재판 끝에 아야꼬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남편의 보험금으로 막대한 돈을 갖게 된 아야꼬는 코다에게 결혼해 달라고 요청한다. 코다는 처음에는 아야꼬와 결혼할 마음이 있었으나, 아야꼬가 거액의 보험금을 갖게 된 것을 알고는 그녀와의 결혼을 거부한다. 아야꼬는 필사적으로 코다에게 사랑을 호소하지만 꼬다는 이를 거절하고, 아야꼬는 결국 자살해버리고 만다.


영화의 결말이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녀의 사회적 지위와 관련하여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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