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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5. 2022

영화: 명동에 밤이 오면

1960년대 고급 술집을 배경으로 한 호스티스 영화의 원조

<명동에 밤이 오면>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액션 영화인가 생각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고급 술집을 배경으로 한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이다. 1960-70년대에는 장동휘, 박노식, 독고성 등이 출연하는 영화 가운데는 <명동 사나이> 등 명동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가 많았기 때문에 이 영화도 그런 액션 영화인 걸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상 보니 명동의 고급 술집, 이른바 바를 배경으로 술집 호스티스들과 손님들과의 이야기를 그린 호스티스 영화이다. 호스티스 영화는 <별들의 고향>을 시작으로 1970년대에 크게 유행하였는데, <명동에 밤이 오면>은 그런 호스티스 영화의 원조라 생각하여도 될 것이다. 


영화 <명동에 밤이 오면>은 1964년에 제작되었는데, 최은희가 주인공인 윤 마담으로 등장하고, 남자 배우로는 남궁원, 이예춘, 김승호 등이 출연하였다. 


윤 마담은 명동의 어느 고급 술집에서 얼굴 마담 일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미모에 빠져 못 사내들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녀의 미모에 혹해 잠시 즐길 상대로 여길뿐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어떤 은행의 명동 지점장인 박 지점장뿐이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꿈은 모두 돈을 모아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일이다. 

술집에는 많은 손님들과 호스티스들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서로 만나고 갈등하고 헤어진다. 윤 마담은 그런 중에서도 손님들에게 정직하게 대하고, 또 후배들도 잘 보살핀다. 그러나 그중에서는 스폰서를 만나 새로 술집을 차려 윤 마담의 단골손님을 뺏어가는 후배 들도 있고, 또 아등바등 돈을 모아 집안을 돌보는 여자들도 있다. 이러던 중 윤 마담의 친한 친구가 빚에 찌들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슬픔에 빠져 있는 윤 마담을 위로해주고, 또 자살한 친구의 뒤처리를 성심껏 해준 강 사장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래서 강 사장의 청혼에 윤 마담은 결혼을 약속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 사장은 이미 처자가 있는 몸이다. 강 사장에게 배신당한 윤 마담은 큰 상처를 받으나, 박 지점장은 그녀를 위로해준다.  


윤 마담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박 지점장에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둘은 각자의 길로 가려고 한다. 박 지점장은 부산에 발령을 받게 되어 명동을 떠하게 되고, 윤 마담은 그런 박 지점장을 담담히 보내준다.          


1960년대 멜로드라마를 지금 와서 보면 매우 유치하며, 스토리도 엉성한 것이 많다. 그에 비해 이 영화는 스토리도 비교적 탄탄하고, 연기도 과장되지 않게 술집 풍경과 호스티스의 생활을 담담히 그려간다. 영화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현미가 부르는 영화 주제가도 이 영화 전체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1960년대의 술집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이다. 

https://youtu.be/5OuwYalx1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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