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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4. 2022

영화: 지진열도(地震列島)

동경을 덮친 대지진 속에 생명을 건 사투(死鬪)

일본은 우리나라의 이웃에 있지만 국토가 우리에 비해 훨씬 풍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길이가 긴 나라이므로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비해 따뜻하고, 또 강수량도 우리나라의 거의 배가 되어 땅도 훨씬 기름진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는 가뭄도 자주 발생하였지만, 일본은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국토가 우리에 비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그만큼 나쁜 것도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자연재해가 훨씬 많다.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라 하면 홍수와 가뭄 정도이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심각한 피해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자연재해가 무척 많다. 우선 국토 자체가 환태평양 화산지대에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경험할 수 없는 화산과 지진 피해가 적지 않다. 지진 피해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무서움을 모른다. 그리고 비가 많은 만큼 홍수 피해도 적지 않으며, 태풍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서너 배는 많이 지나간다. 


이렇게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재난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 <지진열도>는 1980년에 개봉된 영화로서, 지진으로 인한 자연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이 시기는 일본이 <대규모지진대책특별조치법>에 의한 지진방지 대책이 특히 강조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더하여 1970년대의 <일본 침몰>,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 등의 일본 재난영화와 <포세이돈 어드벤처>, <대지진> 등 미국 재난영화에 영향을 받아 영화 <지진열도>가 제작되었다. 


1981년 5월 지진학자인 카와즈 요이치(川津陽一)는 과거 관동대지진급의 대지진이 다시 동경을 덮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알고 학회나 정부에 이를 호소하지만, 아무도 그를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때 전국 각지에 설치된 관측기기에 이상이 차례차례 나타나 과학계와 정부는 긴급 대책을 논의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마그니튜드 강도 7.9의 지진이 동경을 덮친 것이었다. 


하네다 공항에서는 착륙 직후의 항공기가 갈라진 활주로로 인해 폭발한다. 도심부도 건물이 붕괴하고, 공업지대에 폭발이 일어나며, 고속도로의 자동차도 폭발하여 지상은 불바다가 된다. 한편 지하철이나 지하도도 함몰하여 바다로부터 물이 들이닥친다. 경찰과 소방서, 군부대가 급히 파견되나 폭발화재에 의한 연기와 열풍에 차단되어 손을 쓰기 어렵다. 구조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2차 피해도 연이어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붕괴한 지하철에서 긴급 피난한 승객들은 들이닥친 바닷물에 의해 지하에서 갇혀 있다. 주인공 요이치와 그의 아내도 마침 이 지하철을 타고 있었는데, 물이 차올라 승객들이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다. 요이치는 물을 뽑아내지 않으면 승객들이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고,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배수구를 개방한다. 드디어 물은 모두 빠지고 승객들은 구조된다. 지상으로 나온 요이치 일행의 앞에는 지진은 멈추었지만, 폐허가 된 동경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재난 영화에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재난을 당한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영화 중반까지는 지진으로 인한 여러 피해를 보여주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지하철 붕괴와 승객의 탈출이라는 좁은 소재로 이야기의 범위를 줄여버리고 만다. 이 때문에 재난영화로서는 뭔가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영화 중반까지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불특정의 사람들이 대량으로 희생당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지하철 사고로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희생자들도 이 사고를 중심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 사고에서 죽는 사람들은 모두 뭔가 나쁜 일을 한 악인들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들의 죽음은 “천벌”이라는 메시지도 아울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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