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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0. 2022

영화: 용지닌자(龍之忍者)

복수와 복수가 꼬리를 무는 쿵후(工夫)와 인술(忍術)의 대결

중국 무협영화는 처음에는 검술 영화로 시작하였으나, 차츰 쿵후 영화로 바뀌었다. 그런데 쿵후 영화가 너무 범람하여 영화팬들이 식상할 무렵,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한 것이 다른 무술과의 대결이다. 중국에 진출한 서양 무술과의 대결, 그리고 일본에서 건너온 사무라이와의 대결 등이 그런 것이다. 일본 무술로는 주로 칼에 의존하는 사무라이 무술도 흥미 있지만, 흥미 면에서는 온갖 기괴한 무술이 등장하는 닌자(忍者) 무술이 팬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이런 이유로 198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 닌자가 등장하는 중국 무협영화가 심심치 않게 제작되었다. 


대개 중국 무협영화에서 등장하는 일본 닌자는 거의가 악역이다. 중원을 침략한 닌자에 대항하여 중국 무술이 절치부심 싸워 이를 물리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영화 용지 닌자(龍之忍者)도 중국에 진출한 닌자와의 싸움을 그린 영화로서, 1982년 홍콩에서 제작되었다. 닌자가 등장하는 다른 무협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닌자가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운다. 


주인공 이원패는 쿵후의 고수로서 푸 아저씨로부터 쿵후를 배우며, 푸 아저씨를 친아버지와 같이 따르고 있다. 어느 날 이원패는 객잔에서 행패를 부리는 무리들을 만나 이들을 혼내준다. 그들은 산타교 교주의 아들과 그 졸개들이었다. 이원패에게 흠씬 맞은 산타교 교주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해 앙갚음을 하겠다면서 도망을 친다. 이 자리에서 이원패는 일본에서 온 사나다 히로유키를 만난다. 그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으러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산타교 교주는 아들의 앙갚음을 하려 이원패를 죽이려 하지만 도리어 사나다의 도움을 받은 이원패에게 패하고 만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드디어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내는데, 그는 다름 아닌 푸 아저씨였다. 사나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푸 아저씨와 대결을 벌이려 한다. 그러나 푸 아저씨는 사나다와 대결을 피하고 스스로 자결한다. 죽기 전 푸 아저씨는 사나다에게 사건의 진상을 이야기해준다. 사나다의 아버지와 자신은 친한 친구 사이로서, 사나다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이가 닌자의 무리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사나다에게 자신의 개호(介護, 할복한 사람의 고통을 줄이기 위하여 목을 쳐주는 것)를 부탁한다. 사나다는 울면서 푸 아저씨의 목을 쳐준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본 이원패는 사나다가 푸 아저씨를 죽였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이원패는 푸 아저씨의 복수를 위해 사나다와 싸운다. 이때 사나다를 죽이기 위해 일본에서부터 추격해온 이가 닌자들이 나타나 이원패와 사나다를 공격한다. 사나다로부터 일의 전말을 알게 된 이원패는 사나다와 힘을 합쳐 사나다의 아버지와 푸 아저씨의 원수인 이가 닌자 무리들을 물리친다. 

중국 무협에 일본 닌자 무술을 결합하였다는데 이 영화의 재미가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푸 아저씨가 자결하는 장면이 영 어색하다. 그가 자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미리 사나다에게 일의 전말을 이야기해주고, 사나다를 뒤따라온 이가 닌자들과 함께 싸웠으면 자신도 살고, 젊은이들도 도왔을 터인데 좀 어이없다는 느낌도 든다. 


특별히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은 그렇고 그런 홍콩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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