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햄버거 힐(Hamburger Hill)
미군이 악전고투한 베트남의 햄버거 힐 전투
베트남전에서 햄버거 힐 전투(Battle of Hamburger Hill)는 미군이 베트남에서 수행한 전투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 고전하였던 전투의 하나로 평가된다. 또 이 전투는 비록 미군이 악전고투 끝에 승리하였지만 국내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전투이기도 하다.
영화 <햄버거 힐>은 1969년 5월 베트남에서 벌어진 햄버거 힐 전투를 소재로 한 것으로서, 198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햄버거 힐 전투에 대해 알아보자.
베트남전은 처음에는 남부 베트남의 게릴라, 즉 베트콩을 상대로 진행되었는데, 북베트남이 베트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북베트남군 개입이 확대되었다. 북베트남군은 베트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무기와 병력 지원을 강화하였다. 미군과 남베트남군은 이러한 북베트남군의 물자와 병사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북베트남군의 기지가 있는 고지, 속칭 햄버거 힐을 공격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베트콩이나 북베트남군에 비해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상군의 화력은 물론 공군의 지원을 받는 미군과 정면에서 싸운다는 것은 북베트남군으로서는 거의 자살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햄버거 힐 전투는 달랐다. 북베트남군은 고지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 산은 나무가 울창한 데다 북베트남군들이 산 전체에 땅굴을 파서 숨어있었으므로 공습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미군은 지상군 중심으로 이 고지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병력 피해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미군은 이 고지를 점령하자마자 곧바로 후퇴하였다. 이 전투의 작전 목표가 고지 점령이 아니라 이 고지에 진을 치고 있는 북베트남군의 섬멸에 있었기 때문에, 전투에 이겨 북베트남군을 물리쳤으므로 더 이상 고지를 점령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국내 여론은 달랐다. 의회에서는 물론 시민들도 점령한 후 바로 후퇴할 거라면 무엇 때문에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고지를 공격하였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여론은 미국의 반전여론을 확산시키는 큰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또 이 전투에서 항공 지원에 나선 미군 헬리콥터가 오인 사격으로 많은 미군을 살상시켰기 때문에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영화 <햄버거 힐>은 바로 이 전투를 소재로 한 것이다. 아사우 계곡 공격을 명령받은 미군 부대에 신병들이 새로 들어온다. 이들은 처음에는 전쟁을 가볍게 생각했으나, 찌는 듯한 더위와 진흙탕 속에서 돌연히 발생하는 전투를 겪으면서 전쟁의 처절함을 체감한다. 이 부대에 햄버가 힐을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신병들은 전장으로 이동하면서 먼저 죽은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에 떤다.
드디어 고지 점령 작전이 시작된다. 그러나 울창한 숲에 가파른 산, 그리고 땅바닥은 진흙탕이다. 이런 고지는 전투는 고사하고 맨몸으로 올라가기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고지 위에 진지를 구축한 북베트남 군들은 강력히 저항한다. 미군 병사들이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진격해보지만, 곧바로 후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본부에 공중지원을 요청하지만, 지원 나온 헬리콥터가 오히려 아군에게 총질을 하여 사상자를 내게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고지 점령 작전에 벽에 부딪히자 미군은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한다. 그리하여 악전고투 끝에 겨우 고지를 점령한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지만 병사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 이 전투에서 너무나 많은 병력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죽은 병사들은 물론 부상병들의 절규는 지옥을 연상시킨다. 병사들은 점령한 고지 정상으로 진입한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고 작은 말뚝 팻말에 “햄버거 힐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HAMBURGER HILL)'라는 글자가 적혀있을 뿐이다.
병사들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전투에 투입되어 많은 전우들이 목숨을 읽고 다쳤는가 하며 절규한다. 전투에 승리한 미군들에게 남은 것은 허무함과 증오뿐이다. 그것은 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이 전쟁을 지휘하는 그 누군가에 대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