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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4. 2022

영화: 아이덴터티(Identity)

다중인격 간의 서로를 죽이려는 싸움

추리소설이나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설정으로서 외부와 격리된 일정한 장소에 여러 사람이 모이고, 그리고 이들이 차례차례 죽어가는 가운데 범인을 찾아가는 스토리가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전형적인 그러한 설정의 소설일 것이다. 


영화 <아이덴터티>(Identity)도 이러한 설정의 영화로서, 2003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밤 미국 네바다 주 사막에 위치한 외딴 모텔에 10명의 사람이 우연히 모이게 된다. 리무진을 타고 가던 여배우와 그 운전사, 경찰과 그가 호송하던 살인범, 창녀와 신혼부부, 중년의 부부와 그들의 아들 그리고 모텔 주인 이렇게 11명의 사람이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나게 된다. 지독한 폭풍우는 외딴 모텔을 외부와 격리시키는 장치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한 사람씩 살해당한다. 범인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사람이 죽을 때마다 카운트 다운을 하듯이 방 번호가 적인 열쇠만이 살인 현장에 남아있을 뿐이다. 여기까지는 외부와 격리된 장소에서 한 사람씩 차례로 죽어나가는 추리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의 중반부터는 이야기가 생각지도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11명의 사람들이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시체는 발견되지만 곧 그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 이 모텔에 모인 11명의 사람은 모두 같은 사람의 다른 인격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11개의 인격을 가지고, 그 인격들 간에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인격 가운데에는 시골에서의 평화스러운 삶을 위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인격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인격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눈치챈 각 인격들은 살인범의 인격을 찾아 제거하려 한다. 그러나 누가 살인범인지는 알 수 없다. 


여배우인 패리스가 혼자 살아남아 오렌지 농장이 있는 시골로 돌아간다. 얼마 후 중년부부의 아들이었던 티모시가 패리스를 찾아온다. 그리고 티모시는 패리스를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티모시가 본체를 차지한다. 


이 영화는 폭풍우로 인해 격리된 사막의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그렇게 극적인 긴장도는 높지 않다. 중간까지는 약간 지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다중인격들 간에 본체를 차지하려는 살인사건이라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반전되면서 극적인 긴장도가 높아진다. 거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 전개이다. 스토리 전개도 박진감 있으면서 내용에 비해 잔인한 장면은 그다지 나오지 않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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