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문의 분쟁에 말려든 봉술 사범
홍콩 배우 적룡(狄龙)은 무협영화의 2세대 스타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에 무협영화에 데뷔한 적룡은 이후 수많은 무협영화에 출연하여 배우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영화 <교두>(教頭)는 1979년 홍콩에서 제작되었는데, 이제 배우로서 원숙의 경지에 들어선 적룡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중국의 어느 시골 마을 주 씨와 맹 씨 집안은 대대로 앙숙이 되어 싸우고 있었다. 마을 가운데에 경계선을 그은 후 서로 땅을 침범하면 상대방의 다리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정도로 서로 간의 미움이 극한에 다달았다. 두 집안의 이러한 싸움에 마을 주민들도 말려들어 주민들은 모두 양쪽 집안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서로 미워하며 싸우고 있었다. 이렇게 마을에서 세력을 가진 두 집안이 싸우고, 마을 사람들도 어느 한쪽의 편에 속해 싸우다 보니 마을은 점점 살벌해져 갔다.
주 씨 집안은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 서로 오랜 원한을 잊고 평화로운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맹 씨 집안은 마을의 이권을 통째로 삼킬 요량으로 이를 거부하였다. 두 집안은 서로의 힘을 키우기 위해 외부에서 무술 고수를 데려오기도 하였다. 주 씨 가문은 회마곤의 고수로 유명한 왕양(적룡 분)을 초빙하여 교두(敎頭), 즉 무술 사범으로 삼는다. 왕양으로부터 무술을 배운 주 씨 집안의 사람들은 점점 강해진다. 이를 보고 있던 맹 씨 가문은 왕양을 자신의 집안으로 빼앗아 오려한다. 그러나 정의심에 가득 찬 왕양은 맹 씨 가문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맹 씨 집안에서는 왕양을 데려오기 위하여 그에게 살인죄의 누명을 씌운다. 졸지에 살인범이 되어 관헌으로부터 쫓기게 된 왕양은 어쩔 수 없이 맹 씨 가문의 무술 사범으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의심이 많은 맹 씨 집안의 우두머리는 왕양을 자기 가문의 무술 사범으로 데려왔으면서도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여 그를 죽이려 한다. 맹 씨 가문의 음모를 알게 된 왕양은 더 이상 악행을 일삼는 맹 씨 집안을 도울 수 없다. 그는 주 씨 집안의 젊은이를 제자로 받아들여 그를 무술 고수로 키운다.
드디어 무술 고수로 성장한 주 씨 집안의 젊은이들은 맹 씨 집안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맹 씨 집안이 왕양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증거를 찾아 왕양의 무죄를 입증하고, 악행을 거듭해온 맹 씨 집안의 우두머리를 관헌에게 넘긴다.
이 영화에서 왕양이 사용하는 무술은 봉술이다. 적룡은 영화에서 봉술을 구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 영화는 적룡의 봉술 영화의 총정리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봉술 영화로는 좋다고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너무 유치하다.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두 집안에 마을에 금을 그어놓고 서로 싸우고, 금을 넘으면 다리를 자른다는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