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여러 군상들의 갈등과 대립
197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제 정통 중국 무협영화는 좀 시들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이미 1970년대 초중반부터 쿵후 영화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으면서 무기를 쓰는 전통적인 무협영화는 점차 힘을 잃었다. 영화 <금비동>(金譬童)은 이러한 시점에서 나온 영화로서, 1979년 홍콩에서 제작되었다. 장철 감독이 연출을 담당하였는데, 한 때 무협영화의 명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도 이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명성이 쇠퇴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에 큰 수재가 발생하였다. 조정에서는 수재민을 돕기 위하여 황금 20만 냥을 수재민에게 구호금으로 나누어 주려고 한다. 20만 냥이나 되는 막대한 황금을 운송하는 데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그동안 조정의 일을 맡아온 표국에게 황금 운송 일을 맡기려 하나,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 표국의 우두머리는 망설인다. 그러나 조정의 강한 압박에 할 수 없이 황금 운송을 맡기로 한다. 표국의 우두머리는 황금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하여 정도의 강호 영웅들을 불러 도움을 요청한다.
이렇게 모인 정도 영웅들은 힘을 합해 황금을 안전하게 운반할 것을 맹세한다. 이때 금비동(金譬童)이란 도적 두목으로부터 황금을 탈취할 것이라는 경고문이 도달한다. 금비동은 칠살곡(七殺谷)이란 도적 집단의 두목으로서, 칠살곡은 7명의 도둑 두목들이 이끄는 도적 집단으로서, 금비동은 이들 도둑 두목들의 리더인 자이다. 그는 무술의 절정 고수로서 그와 맞상대하여 이길 수 있는 협객은 찾기 어렵다.
칠살곡의 두목들은 황금을 운반하는 마차를 습격한다. 그러나 정도 협객들로 이루어진 호송단은 이를 가까스로 퇴치한다. 칠살곡 도적들은 황금을 노리고 달려들지만, 황금을 지키려는 정도 협객들도 서로 마음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에는 목숨이 아까워 발을 빼려는 자도 있고, 또 명성에 집착한 허영심에서 이 일에 참가한 사람도 있다. 칠살곡의 도적들은 여러 함정들을 준비해 두었으나, 황금 호송단은 근근이 이를 극복해 전진한다. 그러나 호송단의 피해도 심각하다.
칠살곡의 소두목들이 황금을 탈취하는데 실패하자, 마침내 대두목 격인 금비동이 등장한다. 금비동은 호송단의 고수들이 감당할 수 있는 고수가 아니다. 그는 월등한 무공의 차이를 보이며 호송단의 정도 고수들을 농락하듯이 다룬다. 금비동은 비록 도둑의 두목이지만, 그는 비열한 자는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원칙하에 도둑질을 하고, 또 싸움에 임한다. 금비동은 호송단과 싸우면서 가능한 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적에게 자비심을 보이기도 한다.
금비동과 호송단의 싸움은 금비동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호송단 고수들은 마음이 모질지 못한 금비동의 허점을 찔러 그를 제압한다. 결국 금비동은 이 결투에서 죽고, 호송단에 참가한 정도 고수들은 각자의 욕심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간다.
장철 감독의 영화는 초기에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많아지고,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영화 전편에 걸쳐 피가 튀는 잔인한 죽고 죽이는 대결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