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고독한 검객
영화 <보표>(保鏢)는 홍콩 무협영화 초기의 명감독이라 평가받고 있는 장철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서, 강대위와 적룡이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 영화는 보표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보물을 운송하는 표국을 둘러싸고 이를 탈취하려는 악당들과 지키려는 정도의 협객들 간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떠돌이 검객이 가세를 하여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1969년에 제작되었다.
표국 일을 하고 있는 무적장의 우두머리 은장주는 절세고수였으나, 부상으로 무공을 도무 잃어버렸다. 이러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조정에서는 낙양까지 은자 20만 냥을 운송해 달라고 강권한다. 처음에는 거부하였으나, 조정의 압력이 워낙 강하여 은장주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딸인 운표표와 함께 그녀의 약혼자인 젊은 정파 고수 항현(적룡 분)도 이 일에 투입한다.
도둑 집단인 비호채의 두목 조굉은 이 사실을 알고 은자를 훔칠 계획을 세운다. 조굉은 고탑 근처에 부하들을 매복시켜 은자 운송대를 습격할 계획이다. 이때 고탑에 고독한 떠돌이 검객인 낙의(강대위 분)가 찾아온다. 낙의는 조굉에게 하룻밤 잠자리와 먹을 것을 요청하지만 조굉이 악당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떠난다. 그리고 낙의는 다시 무적장을 찾아 잠자리와 식사를 요청한다. 그러나 무적장에서도 낙의를 비호채의 끄나풀이 아닌가 의심한다. 낙의는 어쩔 수 없이 무적장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운표표는 낙의에게 연정을 가지기 시작한다. 운표표는 다시 말을 되사서 낙의에게 돌려준다.
낙의가 떠나려 하자 항현은 그가 비호채에 정보를 누설할지 모르므로 보낼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낙의는 항현의 의심을 풀기 위해 은자의 운송이 끝날 때까지 은자 운송대와 행동을 함께 하기로 한다. 고탑을 지날 무렵 비호채의 도둑들이 운송대를 습격하고, 낙의는 운송대를 도와 도둑들과 싸운다. 그는 위기에 빠진 운표표를 구해주고 도적들을 모두 물리치지만, 마지막에 도둑의 칼을 맞고 죽어간다.
이 영화에서 낙의는 외롭고 고독한, 그러나 조금도 남에게 굴하지 않는 꼿꼿한 협객이다. 이에 비해 항현은 정도에서 높게 평가받는 청년 고수이지만, 허영심이 강하고 옹졸한 캐릭터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항현의 약혼자 운표표는 차츰 항현보다는 낙의에 연정을 느끼게 된다. 옹졸한 성격의 항현은 이를 눈치채고는 낙의에 대해 강한 칠투심과 함께 적대감을 보인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낙의가 운표표의 목숨을 구하고 대신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가졌던 적대감을 후회한다.
이 영화에서 낙의는 고독한 꼿꼿한 협객이지만, 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 취직을 하려고 이곳저곳 찾아다니지만 모두 실패한다. 돈이 떨어져 먹을 것도 못 사 먹게 되자 아끼는 말을 은자 다섯 냥이라는 싼 값에 판다. 그리고 그 돈으로 파로 객잔을 찾아가 고기와 술을 사 먹는다. 그러면 진작 함께 일하자는 무적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것이고, 또 아끼는 말을 판 몇 푼 안 되는 돈을 하룻 저녁 술값으로 탕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