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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3. 2022

영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파월 장병들의 귀국 후 사회복귀를 그린 이야기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걸쳐 혜성같이 나타난 여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김추자이다. 그녀는 볼륨감 넘치는 노래와 춤으로 단번에 사람들의 눈을 끌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나오는 대로 속속 인기 정상에 올랐다. 이 시대의 여자 가수라면 단연 김추자와 펄시스터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김추자의 대표곡으로는 <님은 먼 곳에>, <늦기 전에>, <봄비>, <무인도>, <꽃잎>, <거짓말이야>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있다. 


김추자의 또 다른 히트곡으로서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라는 노래가 있다. 이 당시는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많은 군대를 파병하던 시기로서, 사회 어느 곳에서나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 참전용사들은 베트남에서 받은 높은 월급으로 그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미제 물건들을 사 가지고 와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베트남 파병 장병들이 받은 월급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으로서,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을 정부가 중간에서 떼고 장병들에게는 일부만 지급되었다. 그래도 그 당시로서는 우리나라에서는 파격적으로 높은 금액이었던 것이다. 

https://youtu.be/88pTubBhhXc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김추자가 신나는 행진곡 풍의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내놓았던 것이다. 노래 가사를 보면 베트남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씩씩하게 돌아온 김상사를 맞이하여 부모님은 좋아서 춤추고 마을 전체가 들썩이며 환영하며, 동네 아가씨들은 모두 김상사를 사모하여 가슴 설레고 있다는 내용이다. 즉 전체적으로 봐서 베트남 파병의 이미지를 아주 좋게 묘사한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유신시대에 금지곡으로 묶여버렸다. 

정부로서는 오히려 권장해야 할 노래였는데 왜 그랬을까? 그 당시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이 점점 격렬해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유신시대라는 그 암흑시대에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특히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전 참전 반대의 여론이 적지 않았다. 베트남전 참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의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웃으며 돌아왔네...”라는 노래를 “월남에서 돌아온 시퍼런 김상사, 죽어서 돌아왔네...”라는 식으로 가사를 바꿔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유신정권은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묶어버렸던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겨울공화국의 시대였다. 


영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김추자의 노래를 인기를 업고 1971년에 제작되었다. 베트남전에 참전을 하고 귀국한 용길, 창호, 근태, 진영의 4명의 장병들의 제대 후 이야기이다. 김추자의 경쾌한 노래와 달리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창호(신영균 분)는 아버지가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자신의 뒤를 이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베트남에서 전사한 상관의 정신이상이 된 부인을 보살핀다. 근태는 야채장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용길은 노름을 하면서 전우들을 속여 금품을 갈취한다. 고아원 출신인 진영은 고아들과 함께 꿈을 키워나간다. 이렇게 각자의 길을 가던 네 친구는 비뚤어진 길을 가는 용길을 설득하여 바른 길로 안내하고, 그리고 뜻을 합쳐 창호의 아버지의 도움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희망찬 출발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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