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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4. 2022

영화: 철십자 훈장(Cross Of Iron)

헛된 명예에 눈이 먼 귀족 출신 장교와 전신(戰神) 하사관의 갈등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개 미군이 주인공이 되는데, 영화 <철십자 훈장>(Cross Of Iron)은 드물게 독일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이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레마겐의 철교>도 독일군 장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이지만, 그 영화는 결국 패망 속에서도 광기를 멈추지 않는 독일군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서방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이다. 그렇지만 오늘 소개하는 <철십자 훈장>은 영웅적인 활약을 하는 독일군 전사(戰士)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이 영화는 197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독일군 전사를 주인공으로 한다면 그의 손에 죽어나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만약 그 적을 미군이나 영국군 등 서방국가로 한다면 이 영화가 제작된 미국 사회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무대는 독일의 동부전선이다. 즉 독일군이 상대로 싸우는 적은 소련이다. 그래서 영웅적인 활약을 하는 독일군 전사가 적들을 무자비하게 섬멸하더라도 미국 사회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비야 나비야>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독일의 민요인 <어린 한스>(Hänschen klein)란 노래로서, 지금까지 나온 노래 가운데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노래이다. 3절로 구성된 이 노래는 한스라는 소년이 집을 떠나고(1절), 오랜 세월 끝에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고(2절), 엄마만이 그를 알아보고 반긴다(3절)는 내용이다.  

https://youtu.be/aA8pEbEHV2I

독일과 소련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부전선에 스트랜스키 대위가 새로이 부임해온다. 스트랜스키 대위는 프로이센 귀족 출신으로서 군에 입대한 후 전장에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장에서 공을 세워 독일의 최고 군사 훈장인 철십자 훈장을 받아 가문의 영광을 빛내고 자신을 과신하기 위해 스스로 최전선 부대에 자원한 것이다. 

그는 부임 첫날 병사들 사이에서 전신(戰神)이라 불리는 슈타이너 상사(제임스 코반 역)를 만나게 된다. 슈타이너 상사는 어떤 전투에 투입되어서도 승리를 가져오며, 적의 총알이 그를 해치지 못해 병사들은 그를 불사신으로 우러러본다. 그러나 귀족이라는 자만심에 가득 찬 스트랜스키 대위는 슈터이너 상사를 깔보며 그를 함부로 대한다. 그리고 슈타이너 상사에게 상관인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라면서 교만스럽게 행동한다. 


전황은 점점 더 독일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소련군이 공격해오면 슈타이너 상사는 최전방에서 적과 싸우지만 스트랜스키는 겁이 나 꽁무니를 빼기 일수이다. 그뿐이 아니다. 슈타이너 상사가 이끄는 팀을 부대의 최선봉에 세우고, 자신은 병사들을 이끌고 뒤에서 엄호해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슈타이너 상사 팀을 버려두고 후퇴해 버리기도 한다. 


슈타이너 상사는 전투에서는 무서운 전사이지만 평상시에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반면 스트랜스키 대위는 전장에서는 겁쟁이지만, 평시에는 잔인한 놈이다. 슈타이너 상사가 소련의 소년병을 포로로 잡아서는 어린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스트랜스키는 그 소년 병사를 쏘아 죽인다. 

스트랜스키는 철십자 훈장을 받기 위해 안달이 났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는 전장에서 꽁무니를 뺏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전공을 훔쳐 훈장 포상을 상신한다. 이게 그의 상관도 이런 스트랜스키의 비열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트랜스키 대위의 전공에 관한 사실을 파악하려 한다. 위기를 느낀 스트랜스키는 자신의 거짓을 증언할 가능성이 있는 동료와 부하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소련군의 대공세가 시작된다. 이제 독일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군대가 제일 위험할 때가 후퇴할 때이다. 잘못 후퇴하다간 부대가 전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이 후퇴를 할 때는 반드시 추격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부대를 남겨둔다. 전투 임무 가운데 가장 위험한 일이 바로 아군의 안전한 후퇴를 위해 진격하는 적들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이다. 슈타이너 상사는 자진해서 이 일을 맡겠다고 한다. 그러자 스트랜스키 대위는 슈타이너 상사의 2선에서 슈타이너 부대를 엄호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되자 스트랜스키 대위는 슈타이너 상사 일행을 남겨두고 후퇴해 버린다. 

슈타이너 상사는 악전고투 끝에 적의 발을 묶는 데 성공했다. 이제 자신들이 후퇴할 차례이다. 사방에 적들이 둘러싸인 속에서 슈타이너 상사는 몇 명의 부하를 이끌고 아군 진영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무작정 아군 진영으로 뛰어들 수도 없다. 그러다간 적으로 오해받아 아군의 총에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슈타이너 상사는 아군에게 자신들이 최후까지 싸웠던 독일군 최전방 부대라는 사실을 알린다. 그러자 경비병들은 슈타이너 상사 일행이 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어오라 한다. 무방비 상태로 경계지역을 걸어 들어오는 슈타이너 상사 일행에게 총격이 가해진다. 바로 스트랜스키 대위의 짓이었다. 이로 인해 슈타이너 상사를 제외하고는 상사의 부하들이 모두 죽는다. 스트랜스키 대위는 뻔뻔스럽게도 소련군이라 오인하고 사격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군의 대부대가 다시 이곳을 공격한다. 독일군은 심대한 타격을 받았으며, 이제 후퇴할 곳도 없다. 슈타이너 상사가 싸움에 앞장선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소련군을 보고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는 스트랜스키 대위를 향해 총을 한 자루 던져주면서 자신과 함께 싸우자고 한다. 이제 스트랜스키 대위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총을 받아들고 적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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