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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2. 2022

작금의 무역수지 적자 현상을 보며

우리의 대외경제 전략은?

올해 들어 수출입 상황이 심상찮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는 5개월 연속되어, 8월 20일 기준 올해 무역적자는 255억 달러 이르렀다고 한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금년도 무역적자액이 300억 달러에 이를지도 모르며, 이는 단군이래 최대 무역적자이다. 지난 1990년대 말 IMF 위기 때에도 무역적자는 1996년 206억 달러, 1997년 85억 달러에 머물렀다. 


2022년 8월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386억 달러로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무역적자가 계속된다면 이걸 까먹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매년 막대한 적자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 무역을 감안한다면 위기감은 더욱 높아진다. 전반기에는 고유가로 인해 수입액이 늘어난 면도 있어, 앞으로는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의 무역수지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가장 좋지 않은 조짐은 대중국 무역적자이다. 2002년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가 6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이래 그 흑자폭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0년에는 무렵에는 무려 600억 달러 내외까지 이르렀다. 이후 적자폭은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작년까지는 200억 달러 중반 대를 기록하였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였으나,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그동안 중국이 우리의 구세주였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의 무역에서 발생한 모든 무역적자를 대중국 무역흑자 하나로 단숨에 커버하는 해도 있었다. 그런데 그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이제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무역의존도가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높은 국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이 위축된다는 것은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된 것은 수입은 늘어난 대신 수출은 줄어든 탓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정치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제적 요인으로는 중국의 경제 및 기술 발전으로 그동안 중국이 우리에게 많이 의존하였던 중간재 및 자본재를 자체 조달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 진출하였던 우리 기업이 빠져나오면서 그동안 많이 이루어졌던 기업 내 무역이 줄어든 것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중국 공장에서 사용할 부품을 국내 삼성 공장에서 공급한다면 그것이 수출로 집계되는데, 삼정전자가 중국에서 빠져나올 경우 이러한 수출은 없어지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요인이다. 현 정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공공연히 표출해왔다. ‘멸공’ 캠페인과 같은 어이없는 소소한 일에서부터,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적 발언이 수시로 나왔다. 사드 추가 배치 같은 중국에 있어 극히 민감한 문제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거침없이 뱉어내었다. 정권을 잡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점점 첨예해왔다.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또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우리로서는 그동안 줄타기를 하듯이 양 강대국 사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정권이 바뀌고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긴장관계는 더욱 높아졌다. 우리로서는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합리적인 길을 냉정하게 모색하고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말 뇌가 없는지 정권 핵심이나 정부는 아무런 실익도 없이 앞장서서 노골적으로 중국에 적대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미국이라는 큰 형님을 믿고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큰 국가적 목적 아래서 이루어졌다면 탓할 일은 아니다. 아무리 봐도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중국에 대해 적대적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그러다가 중국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자 금방 “깨갱”하고 꼬리를 말아버린다. 


중국은 지금도 공산독재국가이다. 지금도 많은 중요한 제품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경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와는 다른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쉽게 말하면 국가적 목표로서는 사회주의를 추구하지만, 그 수단으로써 시장경제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표인 사회주의와 수단이라 할 시장경제가 서로 충돌할 경우, 중국은 당연히 시장경제를 버리고 사회주의를 선택한다. 


이러한 중국이라는 국가의 체제를 감안한다면,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 다른 말로 하면 정치, 외교, 안보적 목적을 위한 정부의 경제 개입은 당연한 일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몇 년 전 사드 사태로 야기된 한한령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올해 들어 미, 중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국가와의 경제 관계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에서 중국 정부가 상당히 깊고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대중국 무역적자는 우리 경제로서는 아주 좋지 않은 조짐이다. 몇 달 전 경제수석이라는 자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면 유럽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떠들었다. 참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하나마나 한 말이다. 


우리 기업들이 그럼 그동안 유럽에 수출을 하기 싫어서 하지 않았나? 기업은 스스로를 위해서 수출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뚫어서 수출을 늘리려 한다. 즉, 현재의 수출 상황은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이룩한 결과이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대신 유럽으로 수출을 늘릴 수 있는가?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기업들은 진작부터 중국에 수출을 하면서, 유럽으로도 수출을 늘렸을 것이다. 즉, 지금의 상황을 맥시멈 상태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국 무역적자 극복 방안으로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내놓는 처방에 대해서도 한숨이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중간재와 자본재가 중심이었는데, 이제 완제품 중심으로 수출상품 구조를 바꾸어야 한단다. 


중간재와 완제품을 비교하면 완제품에 비해 중간재가 훨씬 의존성이 강하다. 수입국의 입장에서 완제품은 쉽게 수입선을 바꿀 수 있는 반면, 중간재는 그렇지 못하다. 그 사례를 찾으러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본과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간재와 자본재 때문이다. 중간재와 자본재는 한번 거래를 하면 상대를 바꾸기가 아주 어렵다. 이에 비해 완제품은 거래 상대방을 쉽게 바꿀 수 있다.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높았던 일본 가전제품을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앞으로 우리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지, 우리가 일부러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을 경시할 필요가 없다.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한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앞에서 유럽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싶다고 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 완제품을 수출하고 싶다고 해서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완제품 수출은 세계 각국의 기업과 중국 국내 기업의 제품과 경쟁을 해서 이길 때 비로소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완제품 수출은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보다는 훨씬 더 어렵다. 


경제는 쌓아 올리기는 어렵지만 까먹는 것은 한순간이다. 온 국민과 기업들이 노력을 하여 한 발 한 발씩 전진하며 지금의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이룩한 성과가 자칫하면 한 순간에 모래성으로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정부가 하는 걸 보니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고, 철없이 불장난하는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다. 우리가 큰 형님 미국에 앞장서 천방지축 설치다가 한 순간에 경제를 말아먹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지도 않으며, 도와줄 방법도 없다. 자신의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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