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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05. 2022

영화: 경의선

가슴에 상처를 간직한 남녀의 잠깐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

영화 <경의선>은 사랑에 상처받은 두 남녀의 아무렇지도 않은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을 그린 멜로드라마로서, 2006년에 제작되었다. 


항상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지하철 기관사 만수(김강우 분)는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이 슬슬 지겨워진다. 이런 만수에게 언제부터인가 남모르는 기쁨이 생겼다. 이름도 모르는 어떤 젊은 여자가 자신이 운전하는 열차를 기다렸다가 기관실 창문 사이로 간식과 마실 것을 전해주는 것이다. 만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족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열차 운행 스케줄을 미리 할고 그를 기다렸다가 간식 등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만수의 스케줄을 미리 알아보고 그를 기다렸다가 간식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그를 기다린 것이다. 기다린 끝에 만수가 운전하는 열차가 오면 만수에게 그것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녀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만수가 운전하는 열차에 사람이 뛰어들어 사망하였다. 알고 보니 뛰어든 사람은 만수에게 간식을 전해주던 그 여자였다. 그녀는 왜 그동안 만수에게 간식을 전해주었으며, 왜 하필 만수가 운전하는 기관차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일로 만수는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 상태로 도저히 운전을 계속할 수 없는 만수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휴가를 받아 아무 생각도 없이 경의선 전철에 오른다. 

한나(손태영 분)는 독일 유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아 귀국한 후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빨리 교수가 되고 싶지만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녀가 강사로 나가는 대학에는 대학 선배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 선배는 한나에게 공동연구를 하자고 제안하며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선배 교수와 한나는 보통 관계가 아니다. 두 사람은 독일 유학생활을 하면서 깊은 관계를 가졌다. 한나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떼기까지 하였다. 선배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을 하였고, 한나도 공부를 계속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하였다. 한나가 귀국하고 보니 선배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해 있었다. 그렇지만 선배가 결혼한 후에도 그와 한나의 관계는 계속되고 있었다. 


한나는 선배에게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고 선배 교수도 승낙을 한다. 여행을 가기로 한 날 공항의 약속한 곳에 가니 그곳에는 선배 대신 그의 아내가 와있었다.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타난 것이다. 선배의 아내는 한나의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심하게 폭행을 가한다. 이제 선배와의 관계가 파탄이 난데다, 그의 아내로부터 더 할 수 없는 모욕을 받은 한나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달래러 아무 생각 없이 경의선 기차를 탄다. 

경의선 기차를 타고 가던 만수는 잠시 동안 존다. 잠이 깨니 차는 이미 문산을 지나 종점에 도착해 있었다. 황급히 기차를 내리니 역시 경의선 기차에서 졸다가 내릴 곳을 놓친 한나가 내린다. 폭설이 내려 종점 주위는 온통 눈이다. 이들이 타고 온 기차는 막차라 이제 돌아갈 수가 없다. 가까운 곳에서 하룻밤 묵으려고 택시를 부르지만, 심한 폭설로 택시도 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역을 빠져나와 마을 쪽으로 걷는다. 


한참을 걸으니 마침 한적한 곳에 모텔이 보인다. 두 사람은 모텔로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폭설로 인해 모텔은 거의 만실이 되어 방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둘은 한 방에서 묵기로 한다. 한나는 만수를 경계한다. 만수는 침대는 한나에게 양보를 하고 자신은 방바닥에 옷을 덮고 눞는다. 그런 상태로 두 사람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한다. 


날이 밝았다. 두 사람은 다시 모텔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역으로 가서 별다른 말도 없이 헤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두 사람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서로를 알아보고 잠시 멈칫하던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제 갈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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