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레이디 채털리(Lady Chatterley)

구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귀족 부인

by 이재형

<채털리 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는 영국의 소설가 D. H. 로렌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소설은 1928년에 제작되었는데, 당시로서는 과감한 성의 표현으로 세상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에서는 이 소설을 외설물이라 하여 수입을 금지시켰다. 이 당시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미국 부호들의 짐 가방에는 이 소설이 한 권쯤 끼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세관에서 단속을 당해 망신을 당한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 소설을 에로 소설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로렌스는 자연주의 작가이다. 그는 자연과 거기서 피어나는 생명력을 사랑하였다. 그가 쓴 많은 소설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있다. 특히 <England My England> 같은 소설은 고국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면서, 산업화에 따라 오염되어 가는 영국의 자연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성은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이며,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생명에 대한 환희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대학교 시절 원서로 읽었다. 로렌스의 소설은 대개가 평이한 문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는 셈 치고 읽은 것이다. 그래서 몇몇 문장은 거의 5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외우고 있다.

01.jpg
레이디 채털리.Lady.Chatterley.2006.DE.XviD.AC3.CD1-HDK.avi_000859046.png
레이디 채털리.Lady.Chatterley.2006.DE.XviD.AC3.CD1-HDK.avi_002931461.png
레이디 채털리.Lady.Chatterley.2006.DE.XviD.AC3.CD1-HDK.avi_003715938.png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1970년대의 세계적 섹시 스타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동명의 영화가 유명하다. 이 영화는 당대의 섹시 스타가 출연한 만큼 성적인 묘사를 강조한 영화였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레이디 채털리>(Lady Chatterley)는 2007년에 벨기에, 영국,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영화로서 물론 성적 표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실비아 크리스텔의 영화와 비교한다면 훨씬 원작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물론 이 영화도 장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에 채털리 부인의 모든 남성 편력을 다루지는 못하고 사냥터지기 파킨과의 관계만을 다루고 있다.


채털리 부인의 남편은 넓은 영지를 소유한 귀족이다. 그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어 보행이 불편한 상태이며, 성 기능도 잃었다. 이른 봄이 되자 황량한 숲에도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한다. 채털리 부인은 영지를 산책하다고 사냥터지기인 파킨을 만난다. 본격적인 봄이 되면서 숲은 온통 꽃으로 가득 찬다. 레이디 채털리는 그런 영지를 돌아보면서 자주 파킨이 거주하는 통나무 오두막에 들른다. 그리고 레이디 채털리는 파킨에게 끌리게 된다.


레이디 채털리와 파킨은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이 서로의 몸에 끌린다. 그리고 그들은 만날 때마다 육체관계를 가진다. 폭우가 쏟아지는 초여름날 둘은 발가벗은 채로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자연과 성에 탐닉한다. 남편도 그 둘의 관계를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레이디 채털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레이디 채털리의 언니가 집으로 찾아온다. 언니는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안한다. 레이디 채털리는 그동안 파킨을 만날 수 없는 곳이 못내 안타깝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서 파킨과 잠시 떨어져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 한다. 다시 돌아온 레이디 채털리는 한동안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파킨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파킨에게 자신이 농장을 사 줄 테니 그곳을 경영하면서, 나중에 자신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이제 그녀는 남편과 이혼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파킨은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농장을 사준다는 그녀의 제안도 거부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묻는다.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기에 자신에게 농장을 사준다는 말을 하느냐고. 그러자 그녀는 부모의 유산으로 일 년에 400-500파운드 정도의 돈이 들어온다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들은 파킨의 대답, “맙소사, 나는 200파운드만 있으면 평생을 돈 걱정 않고 살 텐데.” 그러면서 파킨은 절대로 레이디 채털리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한다.


어느 날 파킨이 이 농장을 떠나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떨어져 있더라도 지금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함께 하자고 한다. 이 말에 레이디 채털리도 동의한다. 그리고 그녀는 파킨이 함께 할 날을 꿈꾼다.


로렌스의 소설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Jhon Thomas said to Lady Jane “Good bye” little droopingly but hopeful heart.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화: 보디 히트(Body H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