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흉기의 사쿠라(凶気の桜)
국가주의 망상에 사로잡힌 극우 국수주의자 청년들의 폭력
삶이 어려워질수록 극우주의자들이 날뛰는 것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점인 것 같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네오나치 등 극우주의자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소위 우익이라는 극우 국수주의자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영화 <흉기의 사쿠라>(凶気の桜)는 일본 동경의 번화가인 시부야를 무대로 극우의 국수주의자 청년들의 무자비한 폭력과 이들을 조종하고 부추기는 폭력단체 및 우익단체들의 어두운 모습을 그려낸 사회성 높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02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동경의 시부야(渋谷)에서 태어나 시부야에서 자란 야마구치 스스무(山口進)는 일본인들의 애국심이 옅어지고,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관과 윤리관을 갖게 되는 것을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친구인 코스가(小菅)와 이치카와(市川)와 함께 <네오 도죠>라는 이름의 국수주의자로서, “폭력만이 정의”라는 신념을 갖고 사회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도죠’란 일본 제국주의 시대 수상이자 군부의 우두머리였던 ‘도죠 히데키’(東條英機)를 일컫는 것 같다.
네오 도죠 3인은 시부야 지역에 거점을 둔 야쿠자인 조직의 간부인 해이토 히데지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야마구치는 야쿠자들과는 손을 잡기 싫었지만, 야쿠자 두목인 아오다 슈조(青田修三)가 자기에게 온다면 차를 선물하겠다고 하자, 이치가와도 가겠다고 나선다. 아무 생각도 없는 코스가를 혼자서 야쿠자 두목에게 보내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한 야마구치도 어쩔 수 없이 야쿠자 사무실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지우개”란 별명을 가진 살인청부업자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야쿠자 두목인 아오다는 야마구치와 그 동료들에게 이데올로기를 굳건히 가져라고 충고하며, 그들에게 차를 선물한다.
야마구치는 갑자기 달려든 남자들과 싸우다가 도망치면서 우연히 공원에 앉아있는 여고생 도오야마 케이코(遠山景子)를 만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야마구치와 케이코는 가까워진다. 어느날 저녁 야마구치는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아오다 회장과 나누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야마구치와 아오다 회장은 미국의 사고에 오염되어 가는 현대 일본을 걱정하고 있다. 야마구치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보고는 아오다 회장은 미국에 오염되었다고 질책한다. 그렇지만 야마구치는 미국은 싫지만 미국에서 온 식품은 맛있다고 대꾸한다. 이후 네오 도죠 그룹의 야마시타, 코스가, 이치가와는 아오다 회장과 점점 가까워진다.
야마구치와 그 친구들은 ‘그링고’란 클럽에서 마약을 팔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 그곳을 습격한다. 밖으로 나와 건장한 외국인과 싸우고 있는 중에 우연히 케이코를 만난다. 모두 야무구치의 차를 타고 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코스가는 더 싸우고 싶다. 게다가 항상 여자는 싫다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면서 항상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야마구치가 여자를 구해주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마구치와 코스가는 차에서 내려 서로 때리며 싸움을 시작하는데, 코스가는 야마구치에게 지고 만다. 평소에도 야마구치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코스가는 야마구치 곁을 떠날 결심을 한다.
야마구치 등이 그링고 클럽을 습격한 일로 그들은 아오다 회장으로부터 질책을 받는다. 그링고 클럽은 아오다 회장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야쿠자 조직 고니시 파가 운영하는 업소다. 그들은 이번 습격 사건이 아오다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두 조직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왕 일은 벌어진 것, 일을 수습하는 데에는 이 습격 사건이 아오다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편하다고 하여 그렇게 처리하도록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아오다 회장에게 불려 간 야마구치는 그 자리에서 아오다의 야쿠자 조직에 가입한 코스가를 보고 놀란다. 또 이치가와는 살인 기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지우개의 꼬봉이 되어 그를 따라다닌다. 이렇게 하여 야마구치의 네오 도죠 그룹은 모두 흩어져 버렸다.
살인청부업자인 지우개는 아오다와 적대적 야쿠자 조직인 고니시 파의 두목을 습격한다. 그의 손에는 이치가와로부터 채취한 지문이 찍힌 고무장갑을 끼었다. 그리고 아오다 파의 중간 간부인 헤이토는 마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 있는 이치가와에게 최면술을 걸어 자수를 강요한다. 이치가와는 자수하여 경찰에 연행되어 간다. 모두가 헤이토가 계획한 일이다. 그렇지만 야마구치는 이치가와가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다.
모든 일은 헤이토가 아오다 파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다. 헤이토는 지우개를 시켜 아오다 회장을 자살로 위장하여 살해한다. 그리고 이제 쓸모가 없어진 야마구치와 이치가와도 제거하려 하나, 오히려 자신의 부하로 생각했던 지우개에게 찔려 죽는다. 아오다 회장이 죽기 전에 지우개에게 헤이토의 제거를 의뢰하였기 때문이다. 야마구치는 지우개를 죽이려 달려들지만, 지우개는 그런 야마구치를 간단히 뿌리치고 사라진다.
살육의 현장에는 네오 도죠의 제복만이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