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Sade) 백작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사디즘(sadism, 가학상 변태성욕)이란 말의 어원이 되는 사드(Sade) 백작(1970-1814)은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그는 평생을 난봉꾼으로 보냈으며, 그 시대에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었던 분방한 성적 취향으로 결국은 바스티유 감옥에서 13년 동안이란 긴 감옥 생활을 하였다. 평소에도 간간이 소설을 써오던 사드는 감옥에서 많은 소설을 썼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은 대부분 가학성 성행위를 소재로 한 것으로서, 거기서 사디즘(혹은 새디즘)이란 말이 생겨났다.
영화 <여자 지옥, 숲은 젖었다>(女地獄 森は濡れた)은 사드 백작이 쓴 소설 <저스틴>(Justine)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1973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때는 1900년대 초, 사치코는 3일간이나 인적 없는 산속을 걷고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소위 “쌀 소동”이라 하여 쌀값 급등으로 도처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사태가 계속되었다. 사치코는 어느 싸전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주인이 쌀 소동에 휘말려 사치코의 눈앞에서 살해되어 버렸다. 그런데 사치코가 주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자, 그곳에서부터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산길에서 사치코의 뒤를 따라오던 한 대의 자동차가 그녀 옆에 멈추었다. 자동차에는 근처에 있는 호텔 여주인인 요코(洋子)가 타고 있었다. 요코는 사치코를 자신의 호텔로 초대하였다. 그 호텔은 산 중 깊은 숲 속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섹스와 폭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사육하는 쾌락의 낙원이었다. 호텔의 사장인 류노스케(竜之介)는 천진무후한 사치코를 보고는 교묘하게 그녀를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려고 하였다. 류스케와 요코란 인간들은 선악을 도외시하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선의 상징인 사치코에 대하여 이상한 흥분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에 두 사람의 나그네가 찾아왔다. 사치코에게 있어 그들은 호텔에서 말이 통하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사치코는 두 나그네에게 호텔이 위험한 곳이라며, 속히 이곳을 떠나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나그네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류노스케와 요코는 나그네를 모두 살해해버린다.
류노스케와 요코의 인생 전부는 쾌락에 탐닉하고 있으며, 거기에 사치코를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사치코는 그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사치코는 자신이 류노스케와 요코에 동화되지 않을 경우 자신도 나그네들처럼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류노스케와 요코, 그리고 사치코 3인의 기묘한 생활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나그네가 이 호텔을 찾아온다. 오랜만에 걸려든 먹이에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류노스케와 요코, 그들의 눈은 잔혹하게 번뜩이기 시작했다.
영화 전반적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지배하는 별로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