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선물
여러 영화 중에 일본 영화가 가장 강점을 가진 장르는 아마 멜로 혹은 로맨스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부터 소설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특히 강점이 있다. 속으로는 사랑하지만 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이것이 바로 일본적 멜로물 혹은 로맨스의 기본 정서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소개되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볼 수 있는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서로 사랑하지만 말은 못 하고 결국은 시집간 날 첫날밤에 달을 쳐다보며 우는 <갑돌이와 갑순이> 이런 애틋한 사랑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서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소나기>나 <갑돌이와 갑순이>에서 흐르는 정서는 철저한 일본적 정서이다.
우리나라의 옛날에는 이러한 정서가 그다지 일반적이라 할 수 없었다. 이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옛 문학작품을 한번 뒤돌아보기 바란다. 이러한 애틋한 정서를 가진 문학작품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의 전통 문학인 <춘향전>을 비롯하여 김시습의 <금오신화> 등 고대 소설을 보더라도 만난 즉시 한눈에 사랑을 느끼고 곧바로 함께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였다.
영화 <천사의 알>(天使の卵)은 전형적인 로맨스물이자 멜로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주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무라야마 유카(村山由佳)의 연애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서, 2006년에 제작되었다.
학교 교사인 나츠키(夏姫)와 미술 전공을 희망했으나 대학에도 가지 않고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 알바를 하는 아유타(歩太)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급생으로서 이전에는 연인 사이였다. 나츠키는 아유타에게 다시 그림을 거리라고 강하게 권고하지만, 아유타는 말을 듣지 않고 가버린다. 두 사람의 관계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수생인 아유타는 미대를 가기 위해 그림을 그리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 아유타에게 항상 동급생인 나츠키가 다가온다. 아유타의 엄마는 이자카야를 경영하고 있다. 나츠키는 아유타를 따라 이자카야에 가니 아유타의 엄마는 나츠키를 무척 반긴다. 그녀는 장차 아유타와 나츠키가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유타의 엄마는 이자카야의 단골손님인 시부사와와 연인 관계이다. 아유타의 아버지는 화가였지만 정신쇠약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다. 아유타의 엄마는 입원 중인 남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부사와에게 반했다. 아버지를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유타는 만원 전철에 타려고 하는 여성을 발견하고, 자리를 만들어 쉽게 타게 해 준다. 그녀의 모습을 본 아유타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마음의 설렘을 느끼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아유타는 이제 그녀의 얼굴만을 그린다. 이제 나츠키에 대해서는 관심이 멀어졌다. 아유타는 아버지의 병원에 문병을 갔다가 다시 그녀와 만난다. 그녀는 고토 하루키(五堂春姫)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의 새로운 주치의가 된 의사였다. 이야기를 하던 중 하루키의 8살 아래 동생이 바로 자신의 연인인 나츠키란 사실을 알게 된다. 즉, 하루키는 나츠키의 언니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아유타는 열심히 병원으로 찾아간다.
어느 날 아유타는 하루키에게 자신이 그린 하루키의 얼굴 뎃상을 건네준다. 아유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 하루키는 자신은 화가인 고토와 결혼을 했는데, 고토가 정신쇠약으로 자살을 하여 지금은 혼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는 나츠키에게 들었는데 최근 아유타가 이상해졌다고 하는데 혹시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유타는 자신의 눈앞에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하루키는 이제 자산은 사랑은 하지 않겠노라고 하면서 고토의 유작으로 자신의 방을 장식한다.
나츠키는 아유타에게 직접 짠 세터를 건네준다. 그러나 아유타는 그것을 받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다. 나츠키는 동요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난다. 병원에서 퇴원한 아유타의 아버지가 그날로 투신자살을 해버린다. 장례식 날 하루키가 찾아와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면서 사죄를 한다. 그날 이후 하루키는 병원에 출근을 않고 사라져 버렸다. 아유타는 나츠키를 찾아 가 하루키가 갈만한 곳을 묻는다. 나츠키는 화를 내면서도 어느 절을 가르쳐 준다.
하루키는 그 절에 있었다. 고토의 죽음을 계기로 정신과 의사가 된 하루키는 유타의 아버지의 죽음으로 반 광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유타는 재료를 준비해 가서 하루키에게 식사를 만들어준다. 얼마 후 한밤중에 엄마의 이자카야를 찾은 아유타는 그곳에서 시부사와와 껴안고 있는 엄마를 본 후 충격을 받아 하루키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은 하나가 된다. 얼마 뒤 전망대에 올라 도시의 야경을 보면서 하루키는 천사의 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아유타는 미대에 합격하면 다시 한번 고백하겠다고 말한다.
미대에 합격한 아유타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하루키는 기뻐하며, 두 사람은 하루키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아유타로부터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푸른 플라스틱 에그의 모형 알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나간다. 둘이서 편한 자세로 쉬고 있을 때 나츠키가 집으로 찾아온다. 두 사람을 발견한 나츠키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고는 돌아가버린다.
아유타와 하루키는 평생 떨어지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혼자 있던 하루키가 갑자기 강한 복통으로 병원으로 실려간다. 병원으로 간 하루키는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매고 있다. 하루키의 엄마의 말에 따르면 진통제 알레르기가 있어 진통제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의사는 아루키의 배 속에 아기가 있다고 한다. 나츠키는 아유타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유타는 받지 않는다. 나츠키는 아유타를 찾아 나선다. 그 사이 하루키는 숨을 거두고 만다. 겨우 찾은 아유타에게 하루키의 죽음을 알려준다. 아유타는 하루키의 주검을 보니 손에 자신이 선물한 플라스틱 에그를 가지고 있다.
다시 시간은 현재로 돌아와 공사장에서 플라스틱 에그를 발견한 아유타는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츠키가 절에 찾아가니 아유타가 있었다. 여기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아유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도 다시 새로운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