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억압받는 백성들의 편에서 싸우는 괴수
불가사리는 우리나라의 전설상의 괴수이다. 그 모습에 관해서는 정설은 없지만, 다만 쇠를 먹고 자란다는 점에서는 여러 문헌의 기록이 일치한다. 불가사리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 나타난다고 하는데, 고려말에 불가사리가 나타나 닥치는 대로 쇠를 먹어치우는데 이성계가 이 쇠를 이용하여 나라를 세웠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불가사리에 대한 영화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한 차례 제작된 바 있다. 1960년대 초반에 <송도 말년의 불가사리>라나 제목의 영화였는데, 필자도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198195535
영화 <불가사리>는 1985년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이다. 이 영화는 북한으로 갔던 신상옥 감독에 의해 연출되었는데, 제작 도중 신상옥 감독이 남한으로 탈출하는 바람에 북한의 정건조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영화 <불가사리>는 고려 말을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억압받고 착취받은 백석들, 이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들, 고통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돕기 위해 나타난 괴물 불가사리, 이와 같은 구상은 사회주의 이념과도 부합하여 이 영화가 제작된 것 같다. 북한 당국은 이 영화의 제작에 상당히 관심을 가져, 특수 촬영을 위해 일본의 고질라 특수 촬영팀을 초청하여 특수촬영을 맡겼다고 한다.
때는 고려말,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하여 관청에서는 백성들의 쇠로 만든 농기구와 가재도구를 무자비하게 수탈해간다. 백성들은 쇠로 만든 농기구를 빼앗기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백성들은 농기구를 돌려 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탐관오리들은 백성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관리들은 빼앗은 농기구를 대장장이에게 가져다주고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백성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대장장이는 밤중에 몰래 백성들에게 되돌려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관리들은 대장장이를 옥에 가두고 밥도 주지 않는다. 대장장이의 딸인 아미는 옥에 갇혀 굶고 있는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몰래 옥 안으로 밥을 던져 넣어 준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이 밥을 먹지 않고, 밥풀로 사람과 닮은 인형을 만든다. 그리고 대장장이는 죽는다.
아미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물인 밥풀로 만든 인형을 집으로 가져와 불가사리란 이름을 붙여준다. 아미는 바느질을 하다고 바늘에 찔려 손가락에 피가 난다. 그 피가 불가사리에게 닿자 불가사리는 생명을 얻게 된다. 불가사리는 아미가 가지고 있던 바늘을 먹고 몸이 조금 커진다. 이렇게 불가사리는 쇠를 먹고 자란다. 관에서 이 소문을 듣고 군대를 보내지만 불가사리는 관군이 들고 있는 무기를 먹으며 몸집이 더욱 커진다. 이제 몸이 커진 불가사리는 닥치는 대로 쇠를 먹기 시작한다.
불가사리는 백성의 편이 되어 탐관오리들을 쓸어낸다. 이렇게 하여 백성들은 탐관오리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불가사리는 끊임없이 쇠를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군인들의 무기를 다 먹어치운 불가사리는 이제 백성들의 농기구를 먹기 시작한다. 이대로 두다간 모든 쇠붙이가 불가사리의 뱃속으로 사라지고, 백성들은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아미도 이대로 가다간 불가사리 때문에 백성들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불가사리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미는 절에 있는 쇠종을 쳐서 불가사리를 유인하고는 스스로 그 종 속에 들어가 불가사리가 종과 함께 자신도 먹도록 한다. 불가사리가 함께 아미를 먹음으로써 불가사리와 아미는 하나로 연결된다. 불가사리는 스스로 온몸을 찢고 원래의 작은 밥풀 인형으로 돌아가면서, 아미에게 생명을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