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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2. 2023

영화: 폐교

수준 이하의 공포 영화

나는 공포영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 우연히 <폐교>란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공포영화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동안 공포영화를 보비 않은 것은 아니다. 구태여 찾아서까지 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폐교는 공포영화를 표방하고 만든 영화인 것 같은데,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토리 자체도 엉성하기 짝이 없으며, 무언가 사건을 전개시키는 듯하더니 마무리를 할 자신이 없어 그런지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마무리로 끝을 맺는다. 참 수준 이하의 영화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2019년에 제작되었다. 


유라는 고등학교 때 자살한 친구로 인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 친구는 다른 친구로부터 왕따와 집단 괴롭힘을 받다가 결국 그 괴로움으로 인해 자살하였다. 유라는 그 친구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지났고, 그래서 친구가 자살한데 대한 심한 양심의 가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라에게 고등학교 친구들로부터 오랜만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유라 외에 촉망받는 신진 화가로 성장한 진태, 재벌 아들인 인식, 인식을 좋아하는 혜진 그리고 인석의 꼬붕이었던 성호가 그 모두였다. 이들은 모두 고등학교 시절 자살한 친구를 직간접적으로 괴롭혔다는 전력을 갖고 있다. 


유라는 친구들에게 고등학교 시절 자살한 친구를 기억하느냐고 묻는다. 모두들 당황하며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유라는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실 거울에 마치 유령처럼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기절한다. 친구들은 유라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하여 인석이 운전하는 차를 탔는데, 차는 사고가 나고 만다. 모두들 정신을 잃었다 깨보니 그곳은 지금은 폐교가 된 자신들이 다녔던 고등학교였다.


자살한 친구의 환영이 나타나면서 친구들은 하나하나 죽어간다. 유라도 옛날 친구의 괴로움을 방조한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자신도 다른 친구들처럼 죽어갈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유라에게 친구의 유령인듯한 환상이 보인다. 유라는 놀라서 까무러치고, 다시 정신을 차리니 달리는 차 안이다. 유라는 꿈을 꾼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이 꿈이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영화를 가끔 만난다. 참 비겁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인생의 덧없음을 묘사하는 그런 영화에서는 영화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이 꿈이었다고 하는 마무리를 지을 수도 있다. 이것은 그 영화 자체가 인생무상을 보여주기 위해 그것을 주제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에서 일어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자신이나 능력이 없어 도피처로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건이 너무나 복잡하게 전개된다. 그런 영화의 경우 저런 복잡한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나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인데, 결국은 감독은 앞의 모든 것은 꿈이었다는 식으로 사건의 마무리를 회피해버린다. 이번 영화 <폐교>의 경우는 사건이 그다지 복잡하게 전개되지도 않는데, 나중에 난데없이 모든 것은 꿈이었다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으니 참 어이가 없다. 


수준 이하의 영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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