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한달음에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 내겐 이 책이 그랬다. 유려한 문체와 깊은 사색 끝이 도달한 통찰이 빛나는 책임에도 자주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 스며있는 막막함과 절박함이 문장마다 나를 붙잡았고, 눈물과 한숨은 이내 나에게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남편의 얼굴을 작가가 오래 바라보았듯, 나도 그 두 분을 자주, 오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 동안 이 책이 소설이길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책 마지막엔 완치됐다는, 그래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꼭지를 마주하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그 소망은 작가의 현실 앞에 자주 꺾였고 나는 작가의 글처럼 ‘그럴 때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P50
누군가 말했다. 현실이 고단할 때 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한 번 가보라고. 이 말에 담긴 순수한 의도를 의심하진 않는다. 그런데 내가 많이 아파보고, 내 가족이 사선에 선 경험을 해보면 적어도 내 입으로 내뱉게 되진 않는다.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전시된 누군가의 아픔과 불행을 허락도 없이 보는 무례를 범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위로가 되는 순간적인 마취는 더더욱 잔인할 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지 책을 다시 집어들 때마다 고민했다.
이 책을 다 읽어낸 지금도 나는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두 분의 안온한 일상을 바라면서도 그것이 나 편하고 싶은 작은 이기심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두 분 앞에 놓인 쉽지 않은 현실을 걱정할 때면 이런 연민을 바라실지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그저 뻐근해진 내 마음에 담긴 깨끗한 위로가 닿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지는 삶의 의미가 두 분을 일으켜 세워주길, 일상에 숨어있는 기쁨과 행운이 내내 함께 하길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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