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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대로.

꼬리 치는 강아지, 얼굴을 부비는 고양이

파란 하늘, 초록색 울타리, 진한 커피

바다와 야자수, 노을과 칵테일


바라는 대로


우연한 것이 바라는 대로 흘러갈 때가 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을 때, 잘못 내린 역 앞에 마침 예쁜 억새풀이 펼쳐졌을 때, 걷고 있던 밤길이 꿈에서 본 장면 같았을 때, 그리고 쿠바에 도착해 우연히 가게 된 까사가 완벽했을 때.

독일인 친구의 도움으로 까마득한 밤에 들어온 까사는 해가 들어오니 굉장히 평화로운 곳이었다. 마을은 숨을 쉬는 듯한 생기가 있었다. 맑은 태양 아래에서 까사 주인과 이웃들이 밝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마당에는 애교 넘치고 조금은 냄새가 나는 강아지가 반겨주었다. 뒤에는 방울을 맨 깨끗한 고양이가 관심 없는 척하며 주변을 서성이다 곧 무릎 위로 올라온다.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놀며 마시는 진한 커피 한 잔은 쿠바까지 오는 고된 길을 모두 잊게 해주는 평안함을 주었다. 많은 집이 대문이 열려있어 집 앞 길목에는 강아지들이 자기들끼리 한창 놀러 다니다가 지치거나 목이 마르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 휴일의 골목길과 같은 평안함이었다.

마을을 벗어나 조금 걸어 나가면 아주 멋진 카리브 해변이 기다린다. 카리브의 강한 햇빛은 노을로 지며 시간마다 옷색을 바꾼다. 칵테일과 함께 주황빛과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마신다.

 오늘 하루 이대로. 바라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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