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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Dec 23. 2018

영어 8등급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 버리고 사람됐다

빌어먹을 영어 때문에 너무 많은 길을 돌아왔다



우선 나로 말하자 할 것 같으면 영어라는 끈을 인생에 놓은 적 없는 외길 인생.

어려서부터 구몬과 빨간펜으로 다져진 기초와, 수락산 정기를 받으며 다닌 중고등학교에서도 쉬지 않고 영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


이렇듯 나는 영어 공부 시간만 따지고 본다면 이미 수백 번 수락산을 넘나든 수락산 타이거다. 

그러나 나에게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간 대비 영어 성적은 매우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엉덩이가 마르고 닳도록 열심히 공부해 치른 영어 시험은 매우 절망 적이었고, 한 번호로 찍은 녀석과의 점수 차이는 천측 망원경으로 봐야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미비했다.


본문에 나와있는 영어 단어를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되지 않는 처참한 경험을 영어 지문을 통해 나는 매번 느꼈다. 



보고도 읽지를 못하는 마음
이 기분은 마치 광복절 날 벽에 붙은 광복 선언문을 보고도 읽지 못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느낌일 것이다.



이렇듯 영어는 나에게 매우 높은 벽이었고, 나는 아무리 오르려 해도 계속 떨어지는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와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외국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업무가 영어로 이뤄지고, 이메일, 대화, 회의, 보고서 모든 것들이 영어로 되어 있다.

지금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진심 부족하다)


플레티넘으로 승급


그때에 비하면 브론즈에서 플래티넘으로 승급했다고 볼 수 있다. 

챌린저 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플래티넘까지 넘어올 수 있었던 허접한 영어 공부법에 대해서

오늘 한번 뻐꾸기 좀 날려 보려 한다.


우선 여러분도 알다시피 방법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중요하다. 아래 소개할 내용은 정말 나에게 도움되는 공부법이었다. 물론 이 방법은 개나 소나 심지어 지나가는 루돌프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공부 방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행했는지 한번 말해보려 한다.




1. 영어단어 


나의 첫 번째 영어 공부 방법의 핵심은 바로 영어 단어다. 귀에 수 천 번 들었겠지만 군인이 총알 없이 전쟁 나가면 안 된다고 하듯 영어 단어는 영어에 있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나의 영어 단어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 없이 다져 놨고, 군대에서는 안간힘으로 짬을 내서 최대한 공부를 하고, 수첩에 적어가며 밤낮으로 영어 단어에 올인을 했다.


노력하는 개미의 모습


물론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땐 영어 단어는 미친 듯 많이 공부했지만 지금은 사실 그때 공부한 영어단어 대다수는 일상, 혹은 회사에서 쓰지도 않는다. 다만 그렇게 공부를 하지 않았었다면 나의 공부가 수월하지 않았을 것임을 선명하게 알고 있다. 


내가 영어 단어에 쏟아부은 시간은 대부분이 고등학교와 군대 기간이었다. 군대에 입대하여 어느 정도 적응 후 정말 매일이라고 말하긴 뭣 하지만 대부분의 모든 날들을 영어 단어에 쏟았다. 물론 훈련과 실상황이 반복되는 최전방이었지만 억지로 시간을 짜낸다면 공부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보통 아침 기상 후 아침을 후딱 챙겨 먹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에 손바닥보다 작은 수첩에 영단어 40개를 적어 출근했다. 그 당시 나는 고등학교 영어단어책과 토익 영단어, 아이엘츠 영단어 위주로 공부를 진행했다.


영단어 40개를 빼곡히 적고 나서 하루 종일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눈으로 보고 외웠다. 쓰면서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상황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눈으로 영어 단어를 공부했다.


영단어 40개면 사실 한 시간 집중하여 공부하면 다 외울 수 있다. 다만 군대라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틈이 나는 상황을 봐서 눈치 보며 공부를 해야 했다.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고 저녁이 되면 독서실에 가서 낮에 공부한 영단어 40개를 다시 복습했다. 그러나 나의 브레인 하드웨어는 휘발성이 얼마나 강한지, 전 날에 공부한 내용들도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안드로메다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가까스로 1일 영단어 40개, 전날 공부한 영단어 40개 복습을 평일 5일에 반복하여 진행한 후 주말엔 일주일 간 공부한 단어들을 다시 살펴보며 공부하였다.


이렇게 일주일 평균 200개를 확실히 공부하면 한 달에 800개, 1년에 9600개 정도가 된다.. 물론 좀 핑계도 되면서 안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9000개 정도를 확실히 떼고 나올 수 있다.

물론 영단어 한 권을 끝내면 보통 3바퀴 4바퀴는 기본적으로 다시 공부했다. 다시 공부하는 단어책은 하루 100 단어 아니 그 이상까지도 공부가 가능했기 때문에 봤던 책도 다시 돌려보며 이렇게 단어만 무작정 공부를 했다.



그렇다.. 나는 이렇게 단어왕이 되었다. 그리고 말년이 되었을 무렵 자신감 있게 토익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550점.. 나의 군생활에 올인 한 단어 공부의 결과는 나를 더욱 힘들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비참한 징징이


2. 주어, 동사, 목적어보다는 느낌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느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주어 동사 보어 목적어 등등 상세하게 분해하여 뜻을 만들고 문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학습 방식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다.

우리가 한국어에 주어, 동사, 목적어를 생각하며 말하지 않듯이 나도 영어를 언어 자체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영어와 관련된 대부분의 교육 방식에선 구조를 알아야 한다며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명사 등등 매우 많은 것들을 나에게 강요하였다. (나에게 영문법 책은 일종의 쇠고랑이었다 특히 성문 영문법..)

물론 주입식 교육문화의 장단점도 있지만, 그것은 명확하게 나와 맞지 않았고 지금도 구조를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지장 없이 생활하고 있다.


내가 영어공부에서 이 느낌을 얻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은 바로 무작정 많이 읽고 보는 것이었다.

영어 문제집에 긴 지문들을 무조건 해석하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춘 후에 계속 읽고 해석하기만을 반복했다.

영어 단어가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주니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는 많이 없었고, 끊임없이 계속 읽고 해석하고 해석된 내용과 맞춰보다 보니 느낌이란 게 생기기 시작했고 재미가 붙었다. (드디어 영어 단어의 빛을 보는 순간)


그러나 영어 소설이나 영문 서적을 보진 않았다, 그 이유는 해설이 없을뿐더러 너무 길고, 성취감도 없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토익책 본문이었다. 그것들을 읽으며 여러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대해서 교양을 쌓을 수도 있고 영어 실력도 올릴 수 있었다.

조그만 팁이지만, 개인 적으로 영어 본문을 볼 때에는 작게나마 읽으면서 공부를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해야 귀에도 익숙해지고 좀 더 집중할 수가 있었다.




3. 영어 쓰기는 말하기와 연관된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말하기다. 반면 나는 가장 두려운 것이 말보다 듣기다. 회사에서도 눈 파란 사람이 말을 하면 지금도 너무 빠르게 느껴지고, 알지 못한 방식으로 영어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런지 사실 쫄린다. 영어를 제대로 이해해야 어버버 하면서 말이라도 가능한데, 이해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주야장천 말하면 참 그렇다.. (그런 경험이 간혹 있다.. )


어찌 됐던, 영어 쓰기와 말하기는 정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발음은 개인 취향에 따라 추가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해야 한다. (나의 영어 발음은 좋지 못하다)


내가 영어 쓰기를 공부하기 위해서 했던 방법은 아이엘츠 writing 공부였다. 주제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항상 글 쓸 수 있는 내용이 새롭게 나타났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들어가는 문장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이란 영어를 'for example', 'for instanace' 이렇게 외울 수도 있고, 'as result of' ~결과로 등등 다양하고 자주 쓰는 표현들을 공부하여 글을 쓸 때 더 매끄럽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비기는 바로 구글 번역기였다. 내가 생각하는 말들을 영어로 적어보고, 한국어로 구글 혹은 파파고에 입력하여 결과를 보고 내가 쓴 문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이렇게 몇 개월 하다 보니 그간 십 년이 넘도록 늘지 않던 영어가 초스피드로 빠르게 느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의 인생에서 영어는 가장 큰 고비였다. 그 고비를 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매번 느끼는 좌절감, 패배감이었다. 사실 영어 포기하고 그냥 영어 안 쓰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며 살려고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차갑고 냉정했다. 마음속 깊이 동시통역기가 하루 빨리라도 개발되었으면 했지만 지금 보니 현실을 피하고 싶었던 초라한 과거의 모습이었다.


영어는 지금도 싫어한다. 그러나 그때 그렇게라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영어 패배 대미지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도 어느 정도 선 까지 끌어올렸듯이 누구든 목표만 있다면 언젠가 영어의 산을 한 고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w642EyHc_eDTclqO8gVa5g?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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