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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Nov 14. 2018

02. [해외취업] 말레이시아 직장인의 하루

열악한 동남아 말레이시아 근무?



동맥경화식 음식으로 아침을 열자


오늘도 아침 식사는 나시르막으로 시작을 한다. 생소한 음식의 이름. 동남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이름을 통해 유추해볼 수 조차 없는 음식이다. 코코넛 밀크로 만든 밥과 고추로 만든 삼발 소스, 기름이 잔뜩 들어간 반찬으로 매일 아침에 먹는 동맥경화식 음식이다.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 나시르막



나의 아침 기상은 7시가 조금 지나서 시작을 한다. 허겁지겁 준비해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30분. 가는 길에 1000원 조차 안 되는 말레이시아 음식을 빨간 봉지에 싸서 가져간다. 아침 식사가 1000원이란 가격에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비싸게 느껴진다. 사실 그 가격에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나 싶은 음식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이걸로 아침 식사를 하고 9시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누군가에겐 신의 직장, 워라벨을 강요하는 느긋한 회사.




퇴근 시간은 4시 45분 한국에서 거의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간이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할 때면 지하철에선 말레이시아 특성상 다양한 인종을 목격할 수 있다. 형용할 수 없는 특유의 냄새로 코를 매혹시키는 인도계 사람부터 말레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서양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오순도순 시루떡 마냥 사이좋게 찌부되어 출근을 한다. 정말 글로벌 하모니 혹은 지구촌이란 단어와 알맞은 풍경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처럼 정말 찌부 시킬 정도로 태우지 않고 승객들도 무리해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과 달리 출근 지각에 대해 좀 더 관대한 것 같다.


나의 하루 일과는 생각보다 심플하다. 오전에 출근을 하면 밥을 먹고 이메일을 훑어본다. 그 후 간단한 오전 미팅을 시작한다. 오전에 하는 미팅은 그날 해야 하는 업무와 인원 분배 및 주요 사항에 대한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기 위함이다. 입이 있어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조용히 듣기만 하고 떼구루루 굴러가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나의 주 업무는 회계 업무이다. 회계 중에서도 따분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일상인 포지션이다. 보통 6개월에서 9개월 정도면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요즘엔 업무를 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져서 졸리기도 한다. 물론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정말 무난하게 하루가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매일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월 말이나 분기 혹은 연말에 굴러들어 오는 마감 시즌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야근을 초래한다.


 나에게 오후 5시는 야근이다



나의 퇴근 시간은 4시 45분이지만 선심 쓴다는 생각으로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고 간다. 사실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모두가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잘 모르는 척하면서 눈치 없이 나간다.


사실 실제로도 화자는 눈치가 없다.


동남아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인식 때문인지 동남아권 사람들이 정말 모든 일들을 대충하고 간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우리 회사만 보아도 한국에서 온 나는 칼퇴근러에 속하지만 대부분 현지 직원들이 의외로 열심히 야근을 한다.


말레이, 중국인, 태국인, 베트남인 등등 다들 열심히 야근을 한다. 하지만 워라벨을 준수하고자 나는 눈치가 보여도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칼퇴근 실행한다. 물론 상사 눈치 보다 같은 직급으로 일하는 동료들 눈치가 더 따갑다.



언어가 주는 강제 수평 구조



우리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 구조이다. 한국에선 과장님, 부장님 등등의 호칭으로 인해 사실 수평적 조직 구조를 지향해도 수직적 구조를 무시할 수 없다. 억지로 만들려는 수평 구조는 존댓말과 반말, 호칭, 연령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애매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외국 기업은 전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공손한 표현은 존재하지만 회사의 사장까지 다들 친구처럼 대한다. 그래서인지 회의에서 의견 혹은 업무에 대한 불만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나는 워라벨을 유지할 수 있기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내가 매니저가 된다면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회사 업무량은 많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일이 많더라도 퇴근 전에 열심히 하면 끝낼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은 2명이 할 일을 한 사람에 몰아줘 버리기 때문에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런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내가 업무량이 많다는 것은 1명이 1명으로서 해야 할 하루 업무를 열심히 해야 제시간에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다. 비교를 하면 안 되지만, 비교를 통해 불행해지는 사람과 달리 요즘 나는 출퇴근 시간 비교를 통해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괜찮다.


오후는 오전에 비해서 더 바쁘다. 시간 배분을 잘하지 못하면 야근을 해야 하고, 운이 없으면 집 갈 시간에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게다가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행사를 하게 되면 반 강제적으로 행사에 참가해야 한다. 물론 행사를 하면 뷔페와 맥주를 먹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퇴근을 늦게해야 할 경우가 자주 생긴다. 다만 뷔페 음식을 통해 고기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다"는 얘기처럼 나는 무조건 회사 밖으로 나가야 기분이 좋다.


이렇게 전쟁은 아니더라도 서바이벌장에서 하는 총 게임 수준의 바쁜 외국 회사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나는 회사 업무가 끝나면 잽싸게 집으로 돌아간다. 기분이 좋은 것은 집에 도착해도 해가 떠있다는 것이다. 이 맛에 나는 여기서 일 하는 것이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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