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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Nov 14. 2018

01. 나는 20대에 성공을 했다

우리 집엔 사우나와 수영장, 헬스장 더 부러울 게 없다



나는 우리집에서 가장 착한 좀비였다. 2년 전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초조함이 몰려왔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 되고 하루를 굉장히 의미 없게 보내도 나의 일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시 말해 4년 전 나는 2년 동안 백수였다. 첫 6개월 동안은 불타는 각오로 열심히 이력서도 작성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취업에 준비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자신과 싸움에서 철저히 누더기가 되어버린 나는 높은 취업 문턱에 대한 전의를 전부 상실한 채 우리 집에서 가장 착한 좀비가 되었다.



2018년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다. 알람에 맞춰 늦지, 않게 일어나면 제일 먼저 커튼을 친다. 벽 전체가 큰 창문이라 커튼을 치면 수줍은 햇빛과 청명한 하늘, 그리고 넓게 펼쳐진 푸른 수영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출근은 매일 전쟁이기 때문에 1초간 창문을 본 후 허겁지겁 나갈 준비를 한다. 간혹 너무 서두르는 중에 새끼발가락을 문에 찌어 엄청난 고통과 함께 그대로 철이 들어버렸던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덕에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발가락이 사라질 것 같은 고통보다도 매일 아침 갈 곳이 있음에 내심 뿌듯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 수영장 사진





"사람마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2년간 백수 생활로 백골이 진토 될 뻔한 나는 '취업'이라는 목표가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취업 하나로 정말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민망하고 뻔뻔하다. 하지만 20대에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완성되었기에 나는 성공이란 단어로 합리화를 시켜도 행복하다.



나는 지금 말레이시아에 있는 외국계 대기업에서 B2B account를 전문적으로 맡아 일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와 회의, 보고는 전부 영어로 이뤄지고 회사 빌딩엔 나 혼자만이 한국인이다. 고등학교 때 영어 8등급이었던 나는 지금도 언어라는 드높은 장벽을 넘지 않고 열심히 복종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 복지가 좋은 우리 회사에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고 4시 45분 퇴근이라는 워라벨을 몸소 체험시켜주고 있다. 어쩐지 2년 전 상처뿐이었던 몸과 마음에 그동안 찌지 못했던 새 살이 솔솔 돋아나고 있다.



아마 내 무게를 잰다면 내가 얼마나 돼지냐에 따라 행복함이 비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행복한 이 감정을 2년 전 나의 모습을 하는 사람들과 공유를 하고 싶다.하지만 글을 통해 조금 더 진솔한 모습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뜻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 나의 이런 행복한 모습이 누군가에겐 배 아플 정도로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부러움에 의한 질투가 아닌 앞으로 공유할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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