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사자의 서 / 칼 구스타프 융 해설
<티벳 사자의 서>의 특징은 인간의 의식에는 다양한 수준이 있으며,
그 수준마다 질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 따라 존재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철학이든 종교든 모든 형이상학적인 주장들은 ‘인간의 정신이 하는 말’이고, 따라서 심리학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하는 모든 주장은 그의 마음의 표현이다.
인간의 영혼 속에는 신(神)이 내재해 있다. 그 힘은 바로 창조의 힘이다. 이 힘을 통해서 영혼은 생각들을 창조한다. 그리고 그 생각에 의해서 영혼들은 서로 차이를 갖게 된다.
결국 생각은 모든 존재를 결정하는 조건일 뿐 아니라 동시에 그 존재 자체이기도 하다.
우리가 모든 것을 창조해 낸 장본인이고, 모든 결정을 내린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 경우에, 세상을 자신의 마음이 창조했다고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많은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모든 것들을 일어나게 했다고 믿는 것보다는, 모든 것들이 내 뜻과는 상관없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직접적이고 더 확신이 가는 일이다.
신비 세계의 입문식에서는 늘 관점의 대전환을 시도하는 상징적인 죽음을 거친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산 자의 입문식에 있어서 초월이란 사고와 관점의 대전환을 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마음의 초월이고, 기독교 용어를 빌리자면 죄악과 세속의 속박으로부터 구원받는 것을 말한다.
구원이란 과거의 어둠(무지)의 상태로부터 벗어나 깨달음과 자유의 상태로 인도되는 것이다.
이렇듯 <티벳 사자의 서>는 영혼이 태어나면서부터 잃어버렸던 신성(神性)을 되찾게 해주는 하나의 입문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