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해의 3단계

감정, 가치, 존재: 나를 향한 깊은 여행 (융과 캠벨의 시선으로)

by 이재현

자기를 안다는 것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마음의 결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진짜 자신에게 이르는 긴 여정이다. 칼 융과 조셉 캠벨은 이 여정을 각각 ‘개성화’와 ‘영웅의 여정’으로 표현했다. 그 여정에는 세 개의 문이 있다. 감정, 가치, 존재 — 이 세 단계를 거치며 우리는 가면을 벗고, 자기 자신과 다시 만난다.


첫 번째 문은 감정이다. 나의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은 나를 가장 먼저 말해주는 언어다. 융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 깊이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캠벨도 마찬가지로 영웅은 자신의 감정, 특히 두려움을 통과하면서 진정한 전환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은 자기 인식의 출발점이다.


두 번째 문은 가치다. 나는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무엇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가? 이것은 단지 윤리적 신념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결정짓는 삶의 방향이다. 융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가치들을 자각하는 것이 심리적 통합의 중요한 과정이라 보았다. 캠벨에게도 영웅은 외부의 규칙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소명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였다.


세 번째 문은 존재다. 나는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깨어 있는가? 외적인 성취와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넘어서 존재 그 자체로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융은 이 지점에서 자기를 ‘전체로서의 나’로 통합하게 되고, 캠벨은 이것을 ‘귀환’이라고 불렀다. 진정한 영웅은 세상을 구한 후, 자신 안의 세계와도 화해하며 돌아온다.


오늘, 나의 감정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가치를 따르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 ‘존재하고 있는가?’ 자기 이해는 이 세 가지 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깊어진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진짜 자기 자신과 다시 만난다. 그것은 가장 사적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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