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겸손

리더의 덕목은 시대를 초월한다

by 이재현

리더십에는 시대가 바뀌고, 기술과 환경이 아무리 진보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덕목이 있다. 바로 성실(誠實)과 겸손(謙遜)이다.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이 두 가지 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에게 언제나 요구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능력 있는 리더'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화려한 이력, 유려한 언변, 빠른 판단력, 창의적 전략 등 외면의 역량을 갖춘 이들이 주목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이런 조건보다 리더의 진정성, 말과 행동의 일치,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에 더 깊이 끌린다.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신뢰를 만드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성실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성실의 핵심은 진실함이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약속을 지키며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수행하는 태도를 말한다. 유교에서는 이를 '성(誠)'이라 부르며, 하늘에 가까운 도덕적 상태로 여겼다. 퇴계 이황은 "성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가장 고귀한 성품"이라 말했으며, 진정한 리더는 이 '성'의 정신을 스스로 실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대 사회에서도 성실한 리더는 조직 내에서 신뢰의 중심에 선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 어려운 결정 앞에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구성원에게 본이 되는 사람은 조직을 안정시키고 신뢰의 문화를 만든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회사는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에서 성장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성실함이 단지 업무 태도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가치관을 만드는 토대임을 시사한다.


겸손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의 가치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태도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며, 그래서 늘 배우려 하고, 다른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퇴계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그의 제자들과의 편지에는 "가르침을 청한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그가 겸손을 실천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스티븐 코비 역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내면의 승리"를 먼저 이룬 사람만이 타인과의 "공적인 승리"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내면의 승리는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책임으로 여기는 겸손한 태도에서 출발한다.


겸손한 리더는 권위를 내려놓고 권한을 나누며, 협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 리더 밑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인간관계를 넘어 조직의 혁신과 성장의 바탕이 되는 문화다.


성실과 겸손은 시대가 변해도 리더라는 자리가 감당해야 할 인간적 책임과 도덕적 무게를 대변한다. 기술과 자본, 전략으로는 사람을 깊이 있게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성실과 겸손은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주고, 신뢰를 낳으며, 리더에게 자발적인 따름을 이끌어낸다. 퇴계 이황이 추구한 리더의 모습은, 바로 이 시대가 다시 찾아야 할 리더의 원형이다. 그가 정치권력에서 멀리 있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이유는 지식보다 인품, 논변보다 실천, 위엄보다 겸손이 앞섰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리더도 이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성실함, 타인을 향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겸손함. 이 두 덕목은 리더십의 뿌리이자, 신뢰받는 공동체를 이끄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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