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질이 결과를 결정한다

코비의 4가지 인간관계 패러다임

by 이재현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는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리더십의 방향과 조직의 문화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그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주로 취하는 네 가지 기본 태도를 정리했다. 이를 그는 ‘관계 패러다임’이라 불렀으며, 각각 승-패(Win-Lose), 패-승(Lose-Win), 패-패(Lose-Lose), 승-승(Win-Win)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 네 가지 패러다임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태도와 가정의 차이를 반영한다. 우리는 각 패러다임을 통해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타인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1. 승-패(Win-Lose): 나의 성공은 곧 너의 실패

승-패 패러다임은 경쟁 중심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태도이다. 이 사고방식은 “내가 이기려면,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제로섬 게임의 논리를 따른다.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는 타인을 이기는 것으로 증명된다고 믿으며, 이기는 것이 곧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리더는 타인의 아이디어보다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고, 협업보다는 경쟁을 장려하며, 갈등을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고, 조직 내 숨은 갈등과 분열을 키운다. 무엇보다 이 패러다임은 타인의 성공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2. 패-승(Lose-Win): 나는 져도 괜찮다, 당신이 좋다면

패-승 패러다임은 겉으로는 평화롭고 양보하는 듯 보이나, 자기 존중감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쉽게 포기하거나, 타인의 요구에 지나치게 맞춘다. “나는 중요하지 않아”,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낫겠지”라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리더가 이 태도를 가지면,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경계 설정이 무너지고, 결국 자신의 가치나 비전도 희석된다. 상대는 처음엔 고마워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무시하거나 의존하게 되고, 이는 리더십의 신뢰 기반을 허무는 결과로 이어진다.


3. 패-패(Lose-Lose): 너도 지고 나도 진다

패-패는 분노와 좌절이 얽힌 파괴적 패러다임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자신이 얻을 수 없다면, 타인도 얻지 못하게 하려 한다. 협업보다는 방해를 택하고, 이기지는 못해도 상대가 지는 것을 보며 만족한다. 경쟁이 맹목이 되고, 결과보다는 감정의 해소가 목적이 된다.

조직이나 공동체 안에서 이 태도가 퍼질 경우, 상호 불신과 해체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는 단순히 성과 저하를 넘어, 공동체의 윤리와 정체성을 근본에서부터 훼손시킨다. 코비는 이 패러다임을 “자기도 죽고 남도 죽이는 관계”라며, 가장 위험한 인간관계의 양상으로 경고한다.


4. 승-승(Win-Win): 나도 이기고, 너도 이기는 길은 있다

코비가 제안하는 최선의 인간관계 모델은 바로 승-승 패러다임이다. 이것은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쌍방이 함께 만족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찾는 노력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신뢰, 상호존중, 장기적 관점, 그리고 창의적 협업이 필수적이다.

승-승을 추구하는 리더는 타인의 성공을 위협이 아닌 자산으로 본다. 그는 자신의 기준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끈질기게 소통하고 조율한다. 이런 태도는 구성원 간에 신뢰를 키우고,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승-승은 “성공은 독점이 아니라 확장”이라는 철학적 관점을 바탕에 둔다. 나의 이익이 상대의 이익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성공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난다는 믿음이다. 이는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 관계와 성장을 중시하는 리더십 철학과 연결된다.


신뢰와 상생의 리더십으로 가는 길

코비의 인간관계 네가지 패러다임은 단지 관계의 유형을 분류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를 통해 리더십의 본질을 되묻는다. 진정한 리더는 승패의 논리가 아닌, 공동의 성장을 위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협업과 네트워크가 조직과 사회의 핵심이 된 시대에, 승-승의 리더십은 단지 이상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착하고 유한 태도가 아니라, 고도의 자기 인식, 전략적 사고, 그리고 깊은 인간 이해에 기반한 실천 철학이다.

우리는 지금, 상대를 이기는 법이 아니라 함께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코비가 제시한 '승-승 철학'의 궁극적 가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퇴계의 도덕 공동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