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심리 vs. 부족의 심리

내가 보는 세상이 나의 리더십을 결정한다

by 이재현

스티븐 코비가 강조한 ‘승-승(Win-Win)’ 패러다임의 핵심에는 인간의 내면적 태도, 즉 세상을 바라보는 심리적 렌즈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이를 ‘풍요의 심리’와 ‘부족의 심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리더십의 방식은 물론 인간관계의 질과 공동체의 건강성도 크게 달라진다.


‘부족의 심리’는 세상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는 관점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며, 누군가의 성공은 곧 나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믿는다. 타인의 성취는 위협이 되고, 비교와 경쟁은 일상의 기본 정서가 된다. 이러한 심리를 가진 리더는 구성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들며, 협업보다는 경쟁을, 공유보다는 독점을 택한다. 결국, 이 리더십은 신뢰보다는 불안을, 성장보다는 소진을 낳게 된다.


반면, ‘풍요의 심리’는 세상을 가능성과 확장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들은 자원과 기회는 공유하고 나눌수록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의 성공은 나의 위협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된다. 풍요의 심리를 가진 리더는 자연스럽게 협업을 이끌고, 타인의 강점을 인정하며, 구성원의 성장을 자신의 책임처럼 여긴다. 이런 태도는 조직 내에 신뢰와 창의성을 확산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진다.


이 두 가지 심리의 차이는 단순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리더가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세계관의 차이다. 부족의 심리는 외적 조건에 의해 좌우되며, 끊임없이 비교하고 불안해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풍요의 심리는 내적 안정감에서 비롯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을 신뢰하고, 관계를 확장시킨다.


이러한 코비의 개념은 퇴계 이황의 철학과도 깊이 통한다. 퇴계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라고 믿었으며, 타인을 시기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선함을 존중하고 끌어내는 데 리더의 역할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자신의 학문을 제자들과 아낌없이 나누었고, 지식과 도덕적 성찰을 '더불어 함께 실현해 가는 일'로 이해했다. 이 또한 풍요의 심리에서 비롯된 리더십의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리더의 심리는 바로 이 풍요의 태도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는 믿음, 타인의 성장과 내 성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협업을 통해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리더는 공동체의 심리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부족의 심리를 가진 리더는 경쟁과 소외를 퍼뜨리고, 풍요의 심리를 가진 리더는 신뢰와 상생을 확산시킨다. 그 선택은 결국,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나는 어떤 심리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 타인의 성공 앞에서 위축되는가, 아니면 자극을 받는가? 리더의 리더십은 그의 내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내면의 풍요가, 바로 ‘승-승’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여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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