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성, 성숙도, 풍요관
스티븐 코비는 ‘승-승(Win-Win)’ 리더십의 핵심을 리더의 내면적 자질에서 찾았다. 그는 진정한 승-승의 리더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성실성(Integrity), 성숙도(Maturity), 풍요관(Abundance Mentality)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는 리더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반이 된다.
첫째, 성실성(Integrity)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실함이며,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일관되게 지키는 태도를 말한다. 성실성은 신뢰의 기초이며, 리더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본질적 자산이다. 승-승 리더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황에 따라 원칙을 바꾸거나 말을 뒤집지 않는다. 그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의도를 밝히고, 약속한 바를 지키며, 결정의 기준을 명확히 공유한다. 이러한 일관성과 투명함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리더의 판단을 신뢰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둘째, 성숙도(Maturity)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힘과 동시에, 타인의 입장과 권리를 존중하는 능력을 뜻한다. 성숙한 리더는 자신의 요구만을 관철하려 하지 않으며,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는 단호함과 배려를 함께 갖춘 인격을 지향하며, 상호 존중 속에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낸다. 코비는 이것을 "용기와 배려의 균형"이라고 표현했다. 성숙하지 못한 리더는 갈등을 피하거나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반응하지만, 성숙한 리더는 대화를 통해 조화를 이끌어낸다.
셋째, 풍요관(Abundance Mentality)은 타인의 성공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는 세계관이다. 앞서 살펴본 '풍요의 심리'는 바로 이러한 리더의 내면적 기반이 된다. 풍요관을 가진 리더는 자원과 기회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고 믿으며, 구성원과의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지식, 정보, 권한을 독점하지 않고 기꺼이 나누며, 타인의 성장을 자신의 성취만큼이나 기뻐한다. 이런 리더와 함께하는 구성원은 심리적 안정감과 자율성이 살아나고, 자신을 보호받는다고 느낀다.
이 세 가지 자질은 각각 독립적인 덕목이면서도 상호 깊이 연결되어 있다. 성실성이 리더의 기준을 세우고, 성숙도가 관계를 조율하며, 풍요관이 조직의 문화를 형성한다. 이 세 요소가 균형 있게 갖추어질 때, 리더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자발적인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퇴계 이황 역시 이 세 자질과 상통하는 리더십을 실천했다. 그는 늘 자신의 말과 삶을 일치시키는 데 힘썼고(성실성), 제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함께 토론하고 학문을 나누었으며(성숙도), 지식과 도덕을 아낌없이 나누며 인격적 공동체를 지향했다(풍요관). 퇴계의 리더십은 권위가 아닌 도덕성과 신뢰에 기반했고, 코비가 말한 승-승의 자질을 전통의 언어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리더 역시 이 세 자질을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정직한가? 내 주장과 감정은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나는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가? 승-승의 리더십은 바로 이 질문들에 대한 성찰과 실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