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인(仁) 사상과 코비의 승-승 철학의 만남
퇴계 이황의 사상에서 핵심을 이루는 개념 중 하나는 바로 ‘인(仁)’이다. 유학에서 인은 인간됨의 본질이며, 모든 도덕적 실천의 출발점이다. 퇴계는 인을 단순히 ‘어질다’는 도덕적 성품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인을 타인을 향한 깊은 공감과 존중,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적극적 의지로 이해했다. 이러한 퇴계의 인 사상은 오늘날 스티븐 코비가 제시한 ‘승-승 철학(Win-Win Paradigm)’과 근본적인 공명(共鳴)을 이룬다.
코비의 승-승 철학은 단지 협상 전략이 아니라, 인간관과 세계관에 기반한 리더십 철학이다. 그는 인간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상호 간의 이익과 성장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승-승’을 제안했다. 이 철학은 ‘나는 이기고, 너는 져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함께 이기는 길’을 창조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며 존재의 태도다.
퇴계가 말한 인은 바로 이러한 관계적 윤리를 포함한다. 그는 인간이 본래 ‘측은지심(惻隱之心)’ —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 을 지닌 존재라고 보았다. 인은 이 공감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퇴계에게 있어 진정한 리더란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위협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코비의 풍요관(Abundance Mentality)과도 맞닿는다.
또한 퇴계는 ‘성(誠)’과 ‘경(敬)’이라는 태도를 통해 인을 실천하려 했다. 성은 진실된 마음, 경은 집중된 마음이다. 이는 리더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모든 사람과 사물에 정성을 다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코비가 말한 ‘성실성(Integrity)’과 ‘성숙도(Maturity)’의 핵심과 일맥상통한다. 성실성은 진실하고 일관된 삶을, 성숙도는 자기표현과 타인 존중의 균형을 의미하며, 이는 모두 인의 현대적 실천이라 볼 수 있다.
퇴계의 인 사상과 코비의 승-승 철학은 인간의 본성을 긍정하고, 신뢰와 존중, 협력과 상생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깊은 접점을 갖는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차이를 넘어, 두 사상은 우리에게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한 리더십은 타인과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경쟁과 비교, 독점과 배제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퇴계와 코비는 다른 길을 제시한다. 그것은 상생과 공존의 리더십이며, 공동체를 살리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 두 사상의 만남은 우리가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해 준다.
퇴계의 인은 코비의 승-승 철학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코비의 승-승은 퇴계의 인을 통해 더 깊은 도덕적 기반을 얻게 된다. 이것은 단지 사상 간의 비교가 아니라, 21세기 리더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