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성정(性情)을 통제한다

심통성정(心統性情), 마음의 본질과 역동

by 이재현

1. 심통성정이란 무엇인가 — 마음이 성정(性情)을 통제한다

퇴계 이황은 인간의 마음과 감정의 관계를 깊이 성찰한 유학자였다. 그는 <성학십도> 중 하나인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에서 인간 마음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도식의 핵심은 마음(心)이 본성(性)을 통제하고, 본성이 감정(情)을 낳는다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감정은 외부 자극에 의해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선한 본성에서 비롯되며, 그 본성을 어떻게 드러낼지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감정 통제론을 넘어선다. 퇴계는 인간이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을 바탕으로, 감정 또한 선한 성정(性情)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고 보았다. 감정이 문제가 되는 순간은 그것이 왜곡되어 표현될 때이다. 따라서 마음을 닦고 본성을 보존하는 일이 곧 감정을 바르게 다스리는 길이라는 것이 퇴계의 핵심 주장이다.


이러한 사유는 현대 심리학과 리더십 이론에서도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감정지능(EQ: Emotional Intelligence)의 개념은 퇴계의 ‘심통성정’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오늘날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지식이나 논리적 사고력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율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다. 이는 곧, ‘감정을 잘 다루는 리더’가 된다는 의미이며, 퇴계의 말처럼 마음이 감정의 흐름을 잘 주재할 때 가능한 일이다.


감정은 억눌러야 할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조율해야 할 에너지이다. 감정의 출발점은 본성이며, 그 본성은 마음에 의해 표현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단련하는 일은 곧 감정지능을 기르는 일과 같다. 우리는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그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화가 날 때는 어떤 기대가 좌절되었는지, 슬플 때는 무엇을 잃었는지, 부끄러움을 느낄 때는 내가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꼈는지를 자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감정의 성찰은 곧 마음이 감정을 통제하는 훈련이 된다.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감정 일기’를 쓰는 것이다. 하루 동안 느낀 감정 중 가장 강렬했던 순간을 선택해, 그 감정의 배경, 반응, 그리고 그 감정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바를 적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나는 발표를 마친 후 불안함을 느꼈다. 그것은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짜증을 냈다. 사실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록은 감정의 표층을 넘어 그 근원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아가 감정을 성찰의 자산으로 전환시킨다.


‘심통성정’은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통찰하고, 오늘날의 리더와 개인에게 필요한 감정 관리와 자기 성찰의 지침이 된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퇴계의 통찰에서 배워야 한다. 감정 앞에서 멈추고,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 자신을 되돌아보는 힘,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2. 심통성정(心統性情), 마음의 본질과 역동을 말한다.

임은 정씨(林隱 程氏)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통성정(心統性情)이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가장 정교한 오행(五行)의 기운을 받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다섯 가지 덕성을 본질적인 역량(고요함)으로 갖추고, 이를 칠정(七情)을 통해 충분히 발현(움직임)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심(心)은 성(性)과 정(情)을 모두 다스리는 중심 기관입니다. 심은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기 원인에 따른 본질적인 특성으로, 이를 성(性) 혹은 마음의 본질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특성으로, 이를 정(情) 혹은 마음의 활동이라고 합니다.

장자(張子)는 이를 심통성정(心統性情)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말입니다. 심이 성을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인의예지(仁義禮智)는 본질적으로 성(性)에 속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인의의 마음(仁義之心)"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마찬가지로, 심이 정을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 같은 정서도 정(情)에 속하지만, "측은의 마음(惻隱之心)", "수오와 사양, 시비의 마음"이라는 표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약 심이 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우리의 본질적 동기는 건전함을 잃고, 성(性)이 손상되기 쉽습니다. 또한, 심이 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현재의 감정이 적절한 방향을 잃고, 정(情)이 혼란스럽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심(心)을 바르게 교정한 뒤, 성(性)을 기르고 정(情)을 절제하며 다스려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학문의 길입니다.

[위 글은 "코비가 묻고, 퇴계가 답하다/이재현 저", 제6장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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