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의 ‘먼저 이해하고, 그다음 이해받기’

공감의 리더십

by 이재현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다섯 번째 습관으로 “먼저 이해하고, 그다음 이해받기(Seek first to understand, then to be understood)”를 제시한다. 이 습관은 단순한 소통 기술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근본 원리이며, 진정한 공감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보통 대화를 시작할 때 자신의 입장을 먼저 설명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코비는 이 순서를 뒤집는다. 공감의 소통은 내가 먼저 ‘이해받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단지 예의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효과성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이 먼저 진심으로 이해받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퇴계 이황의 ‘경(敬)’ 사유와도 깊이 통한다. 퇴계는 ‘경’을 통해 마음을 한곳에 집중시키고, 상대의 말과 행동, 감정에 진심으로 주목하려 했다. 경은 곧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이다.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 사람의 감정과 처지를 충분히 살펴보는 태도 없이 이루어지는 소통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먼저 이해하기’란 단순히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말속에 담긴 감정, 욕구, 두려움, 기대를 통째로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것은 단지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나 자신을 넓히는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 중 하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정한 이해는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상대의 세계로 들어갈 때 가능해진다. 이는 리더십의 본질이기도 하다. 권위로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곁에 있고 싶어 한다. 그런 리더는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먼저 다가간다.


오늘 당신은 몇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했는가? 당신의 말은 얼마나 들리기를 원했고, 당신의 귀는 얼마나 열려 있었는가? 공감은 순서의 문제이며, 그 순서가 뒤바뀔 때 진정한 신뢰는 생기지 않는다.

먼저 이해하라. 그다음에야 비로소, 당신도 이해받을 수 있다. 그것이 인간관계의 황금률이며, 리더십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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