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동규와 시너지 창출
'백록동규'는 원래 남송의 유학자 주희가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을 재건할 때, 학자와 제자들이 지켜야 할 생활의 규범으로 정리한 글이다. 퇴계는 이를 자신의 학문공동체인 도산서원에 그대로 옮겨와 살아 있는 규범으로 삼았다.
퇴계에게 규범은 ‘삶의 약속’이었다. 그는 자신이 먼저 몸소 실천함으로써, 제자들이 그 삶을 보고 배우도록 했다. 그가 학문과 수양, 그리고 공동체 윤리를 일상 속에서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백록동규’다.
디지털 시대의 리더는 정보의 양이나 말의 화려함보다 ‘신뢰’를 요구받는다. 그리고 그 신뢰는 말과 삶의 일치에서 비롯된다. 퇴계는 백록동규를 통해 이미 500여 년 전, 진정한 리더십의 핵심이 실행력과 일관된 인격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진정한 리더는 말보다 삶으로 가르친다. 그리고 바로 그 삶이, 공동체를 움직이고 시대를 이끄는 가장 깊은 울림이 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백록동규처럼 실천을 통해 신뢰를 쌓는 리더십이다.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
세상을 살아가며 지켜야 할 덕목에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친애가 있어야 하고(父子有親), 군주와 신하 간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하며(君臣有義), 부부 사이는 절제가 필요하고(夫婦有別), 연장자는 존중받아야 하며(長幼有序), 친구 사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朋友有信). 이러한 덕목은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오륜(五倫)과 오교(五敎)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백성을 가르칠 직책을 맡겼던 이유도 바로 이 다섯 가지 덕목을 백성들에게 전하고 실천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배운다(學)"는 것은 다름 아닌 이 덕목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덕목을 익히는 과정은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지식을 넓히고(박학, 博學), 절실하게 질문하며(심문, 審問), 깊이 생각하고 성찰합니다(신사, 愼思). 이어서 명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며(명변, 明辯), 마지막으로 그 지식을 실천으로 완성합니다(독행, 篤行). 이것이 바로 학문의 길입니다. 이 중 첫 네 단계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과정(궁리, 窮理)에 해당하며, 다섯 번째 단계는 실천(實踐)의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실천은 세 가지 주요 분야로 나뉩니다: 자기 치유(수신, 修身), 업무 수행(처사, 處事), 대인관계(접물, 接物). 각 분야에는 중요한 실천 지침이 따릅니다.
수신(修身), 자신을 수양하고 치유하기 위해 다음의 원칙을 따릅니다. 말은 진실하고 신뢰 있게 하며(言忠信), 행동은 신중하고 사려 깊게 합니다(行爲敬). 분노를 다스리고(忿), 탐욕을 억제하며(欲), 선한 방향으로 마음을 돌립니다(善).
처사(處事), 업무를 수행할 때는 다음의 자세를 유지합니다. 이익을 먼저 따지지 않고, 그 일이 정당한지 먼저 묻습니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보상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접물(接物), 대인관계에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위의 글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 은 <코비가 묻고, 퇴계가 답하다/이재현>에서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