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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리 Jan 27. 2020

말을 잘 안 듣는 사람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상무와 단장이 나누는 대화입니다.

(상무) “야! 너는 왜 그렇게 싸가지가 없니,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단장)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 

(상무) “다르게 대하지”  

(단장) “말을 잘 듣는다고 다르게 대하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

(상무) “네가 말을 들어 본 적은 있니? “ 

(단장) ”후회합니다, 그때를.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그러나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은 말을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내버려 둡니다. “  

   

나도 말을 잘 안 듣는 사람 축에 듭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야근(퇴근 시간 후에 하는 근무)하라는 팀장 말에 약속을 핑계로 당당하게 퇴근하는 용기 덕분에 생애 첫인사 평가에서 하(下)를 받았습니다. 동기들이 연말 보너스 200% 받을 때 나는 100%만 받는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바로 회사를 그만두려 하였으나 지금 나가면 지는 것이란 생각에 참았습니다. 나중에 당당하게 나가리라 다짐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갔습니다. 한 번은 새 팀장이 나를 보고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사람은 아니네 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전 팀장으로부터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물로 인계받았던 모양입니다. 결국은 안정을 보장하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자기 사업이라는 고난의 길을 걷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까지 부모 말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어요 라고 어떤 부모가 아이 자랑을 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자랑거리라는 생각이 왜 안 들까요? 아이가 대견스럽다는 생각보단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말 잘 듣는 아이를 부모는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런 자신을 좋아할 거란 생각이 안 드니까요. 어려서 행복했던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심리학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안전함을 주는 존재이면서, 자신의 삶을 위해서는 극복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현명한 부모는 자녀가 자기를 잘 넘어설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어줍니다. 부모인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니까요.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중에 어려서 부모 말 잘 들었던 사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세상이 늘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요구 중에는 내가 인정하기 싫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거부하려면 세상이 주는 안정과 혜택을 함께 포기해야만 합니다. 진급과 보너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비난이나 손해도 각오해야만 합니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수의 사람만이 부모나 사회가 주는 허용된 안정을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가나 봅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 사람이 바보 같은 놈이거나 싸가지 없는 놈입니다. 


지난달에 내 곁을 떠난 친구 경전이는 교사였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가기 싫어하는 험지인 강원도 산골을 초기 부임지로 선택했고 그곳에서 순박한 아가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전교조의 참 교육이 좋다는 이유로 가입했지만, 탈퇴해야 할 명분을 찾지 못해 4년 동안 해직교사로서 어려운 시절도 보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솔직한 용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삶을 살고 갔습니다. 나는 그의 삶을 존경합니다.    

 

다시 드라마 <스토브리그> 이야기입니다. 팀장이 그녀의 어머니에게 물어봅니다. 

(팀장) ”엄마, 진짜 아니다 싶은 행동을 하는 우리 편이 있어, 어떻게 해야 돼? “

(엄마) ”이건 아니다 말을 해 “  

(팀장) ”안 들어 먹어 “

(엄마) ”그럼 일단 편을 들어줘 봐, 어떻게 되나 “ 

(팀장) ”그게 아니다 싶은 길인데! “

(엄마) ”네가 그 사람보다 똑똑하냐? “

(팀장)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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