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파도를 타는 법

자기 인식 훈련

by 이재현

감정은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다. 고요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몰아치는 폭풍처럼 우리를 휘청이게 만들기도 한다. 분노, 두려움, 불안, 슬픔은 때로 우리 삶을 잠식하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심학은 감정을 적으로 돌려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타고 넘어야 할 파도로 본다. 파도를 거부하거나 억누르려 하면 더 크게 휘말리지만, 파도의 흐름을 읽고 몸을 맡기면 넘어질 듯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때 핵심은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이 내 몸과 생각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퇴계가 말한 신독(愼獨)은 바로 이 자기 인식의 훈련과 연결된다. 혼자 있을 때에도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흔들리는 감정의 물결을 의식하는 태도 말이다.


분노가 치밀 때 “나는 지금 화가 났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크기는 줄어든다. 불안이 엄습할 때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자각하는 순간, 불안은 더 이상 나를 전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 자기 인식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는 힘이다. 그 거리가 생길 때, 우리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것을 타고 넘어설 수 있다.


심학은 또한 감정의 파도를 타기 위해 경(敬)을 강조한다. 경은 마음을 바르게 주재하는 힘이다. 감정의 물결 속에서도 경을 잃지 않으면,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이는 현대적 언어로 말하면 ‘마음챙김(mindfulness)’과도 같다. 호흡을 의식하고, 현재의 감각에 주의를 모으는 연습은 경의 현대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리더십의 맥락에서도 이 훈련은 유효하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리더는 조직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감정을 자각하고 조율할 줄 아는 리더는 오히려 신뢰와 안정감을 심어준다. 자기 인식은 단순한 개인적 훈련이 아니라, 공동체적 영향력을 결정짓는 리더의 핵심 자질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길은 억누름이 아니라, 자각과 성찰을 통한 파도타기다. 심학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너는 너의 감정을 얼마나 깊이 인식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때, 우리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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