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지 않는 사람의 내일

by 이재현

내일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보상처럼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내일은 선물이 아니라 오늘의 연속이다. 오늘을 살지 않는 사람에게 내일은 갑자기 시작되는 새로운 삶이 아니다. 그저 또 하나의 ‘유예된 오늘’이 될 뿐이다.


오늘을 살지 않는다는 것은, 하루를 보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분명 하루를 채운다. 일정으로, 책임으로, 해야 할 일들로. 그러나 그 하루가 나의 삶으로 체화되지 않을 때, 우리는 오늘을 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날들이 쌓이면 삶은 길어지지만, 기억은 얇아진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많은 시간을 살았는데, 살아낸 장면은 많지 않다.


오늘을 살지 않는 사람의 내일은 늘 바쁘다. 늘 준비 중이고, 늘 다음 단계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지 않다. 왜 바쁜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 바쁨은 삶을 전진시키기보다, 생각할 틈을 없애는 기능을 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비워 두는 삶은 결국, 내일을 살 능력을 잃게 만든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오늘 느껴야 할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내일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미뤄진 감정은 내일에 증폭되어 나타난다. 말하지 않은 말, 표현하지 않은 슬픔, 인정하지 않은 분노는 형태를 바꾸어 돌아온다. 오늘을 살지 않은 대가는 언제나 내일에 청구된다.


죽음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실은 더 분명해진다. 오늘을 살지 않는 삶은 죽음을 늘 ‘예정에 없는 사건’으로 만든다. 언제나 갑작스럽고, 언제나 부당하다. 그러나 사실 죽음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산 하루는 죽음조차도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의 관계에 성실하고, 지금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지금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 사람에게 내일은 두려움이 아니라 연속이다. 갑자기 시작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이미 걷고 있던 길의 다음 발걸음이다.


오늘을 살지 않는 사람의 내일은 늘 미완이다. 반대로 오늘을 살아낸 사람의 내일은 설령 오지 않더라도, 삶은 이미 충분하다. 삶의 충만함은 길이가 아니라 밀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은, 결국 오늘도 내일도 모두 잃는다.
오늘을 사는 순간부터, 내일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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