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십우도 1–3단계)를 들어가며/ 부름과 각성
십우도의 첫 장면은 고요하지 않다.
거기에는 안개가 있고, 방향을 잃은 발걸음이 있으며, 어딘가에 있어야 할 소가 보이지 않는 공허가 있다. 이것은 수행자의 평온한 시작이 아니라, 길을 잃은 인간의 불안한 출발이다.
우리는 흔히 깨달음이 밝은 빛 속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십우도는 어둠에서 시작한다. ‘심우(尋牛)’—소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소를 잃었다는 뜻이다. 그 상실의 자각이 없다면, 찾는 일도 없다. 그래서 1부는 성취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실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현대인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정보, 관계, 속도, 기회.
그러나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결핍을 안고 산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지만 어딘가 비어 있고, 잘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작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한다. 이 미묘한 공백이 바로 소를 잃은 자리다.
십우도 1–3단계는 그 공백을 외면하지 않는 과정이다.
먼저 우리는 불안을 인정한다(심우).
다음으로 삶 속에 남아 있는 작은 흔적들을 발견한다(견적).
그리고 어느 순간, 짧지만 선명한 통찰의 장면을 만난다(견우).
이 단계는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미세하다.
어느 날 문득, “이게 전부인가?”라고 묻는 순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방식이 전부는 아니라는 느낌.
그것이 바로 부름이다.
신화의 언어로 말하면, 영웅은 아직 집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집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심리학의 언어로 말하면, 의식이 무의식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순간이다. 유학의 언어로 말하면, 마음이 스스로를 바로 세우려는 조용한 움직임이다.
1부는 그래서 질문의 시간이다.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먼저 묻는다.
나는 무엇을 잃었는가?
나는 어디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가?
십우도는 우리에게 길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잃어버림을 인정하게 한다.
부름은 멀리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소리가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오래전부터 울리고 있던 작은 신호다.
1부에서는 그 신호를 따라가 본다.
아직 소를 잡지 못했지만,
적어도 발자국을 찾기 시작한 사람의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