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중

by 이재현

2014년 8월 24일, 우리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8년 동안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의 종료를 선언하였습니다.


2006년, 두 아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인 능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재산세와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은 우리의 재정 상태로 아이 둘을 미국 대학에 진학시킨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는 몇 년간 미국대학 진학을 준비해왔기에 이제 와서 다시 한국대학 진학을 준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우리 가족은 힘들게 두 아이의 미국 유학을 결정하였습니다.


두 아이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앞날을 기약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갔다가 6개월 만에 포기하고 돌아와야 할 수도 있고, 졸업까지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결정을 후회하지는 말자." 실제로 두 아이가 모두 졸업을 하기까지 8년이 걸렸습니다. 걱정했던 것 처럼 아들은 진학 후 6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와야 했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졸업 후 미국에서 각자의 꿈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돌아와 썼던 글이 생각납니다.


”2006년 8월 22일, 아들의 출국을 배웅하기 위해 우리 네 식구는 인천 국제공항에 있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기다리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젠 정말 떠나는구나 라는 안도감과 함께 지난 두 달 동안 긴장되고 초조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두 달 전 학교로부터 입학허가서는 받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비자 허가가 날까? 학자금대출(loan)은 미국 거주자의 보증 없이 허가가 날까? 학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학비는 분할 납부가 가능할까? 이 중 하나라도 계획대로 따라 주지 않으면 두 아이의 출국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유학생 비자를 받으려면 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할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이 확인되어야 한다는데 지난 몇 년간 재산세와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은 우리의 재정 상태로는 심사관을 이해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하나 하나씩 해결이 되어갔습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가로 올라갔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아들이 갑자기 밥 생각이 없으니 간단히 빵과 우유를 먹겠다고 합니다. 나는 알았습니다. 일 인분에 만 오천 원의 밥값이 그 아이에게 부담스러웠다는 것을. 아내가 화를 내며 그냥 먹자고 했으나 결국 먹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비치는 것을 보니 아내도 알았나 봅니다. 용돈 하라고 250불을 환전하여 주었습니다. 200불이면 충분하다는 아이에게 괜찮으니 가져가라며 손에 쥐어주면서 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은 그렇게 떠났고 일주일 후에 딸도 떠났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 둘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인 능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일 것입니다. 우리의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음을 느낍니다. 과연 얼마나 버티다가 돌아올지 궁금해할지도 모릅니다. “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친 아들은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두 명의 학비를 내야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들은 입대를 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였으나 곧 또 휴학을 해야 했습니다. 휴학 기간에는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났습니다. 그 사이 딸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학비를 줄이기 위해 3년 반만에 졸업을 하고 바로 취직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던 아내는 보험컨설턴트로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노력 외에도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무사히 졸업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 학자금을 대출의 재정 보증인이 되어 준 미국에 계신 형님, 등).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은 그분들에게 진 빚을 갚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힘들게 공부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은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 어깨에 가장의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은 2년 전에 공부를 더 하겠다며 학교로 돌아가 자신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했던 무모한 결정을 좋게 추억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전 11화아빠에서 아버지로, 다시 아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