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할머니가 된대요

by 이재현

명동에서 덕수궁까지 가려면 20분, 약속된 시간은 4시인데 벌써 4시 10분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지만 30분이 지났고, 이미 모든 것은 마무리되어 있었다, 내가 만나야 할 파트너는 이미 다른 사람의 파트너가 되어있었다.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전의 미팅 파트너에게 애프터를 신청할 걸, 순간 후회가 되었다.


대학 축제의 꽃은 마지막 날 쌍쌍파티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축제를 앞두고 있었던 나는 쌍쌍파티에 초대할 파트너가 없었다. 미팅을 주선하는 과 친구에게서 특별 티켓 한 장을 받았다. 특별 티켓이란 상대 여학생 중에서 요즘 말로 킹카를 만날 수 있도록 배려된 번호이다. 며칠 후 동아리 후배 여학생이 축제 파트너 없는 선배들을 위해 미팅을 주선했단다. 날짜는 같은 날, 시간은 2시간 차이, 장소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참여하겠노라고 수락을 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찌 맘먹은 대로 되겠는가!


미팅에 나와서 파트너도 없이 멍청하게 앉아있는 나에게 한 친구가 다가왔다. 자기도 오늘 미팅을 주선했는데 한 여학생이 늦게 도착해 파트너 없이 있는데 만나 보겠느냐는 것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나는 그 친구를 따라 근처의 다방으로 갔고, 그곳에서 파트너 없이 멀뚱하게 앉아있는 그녀를 만났다. 우리의 운명적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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