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가 되려거든 좋은 남편이 되고, 좋은 남편이 되려거든 좋은 아빠가 돼라.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우선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함께 할 무언가를 찾아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딸, 4학년의 아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아파트 공고판에 있는 검도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 검도를 함께 하자. 검도를 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집중 훈련에도 도움이 될 거야. “ 우리 셋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하는 새벽반에 등록을 하였고 그 운동은 큰 아이가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미시간 액션 잉글리시(Michigan Action English)“란 영어회화 교재가 있었습니다. 총 6권으로 각 권마다 책과 8개의 테이프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내가 영어 공부를 할 요량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만 하다가 책꽂이에 15년 동안 그대로 모셔져 있었습니다.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검도를 그만두고 검도를 하던 시간에 모닝 영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서 테이프에서 나오는 영어 내용을 아이들은 듣고, 나는 못 듣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테이프만 반복적으로 돌려주는 운영자 역할만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우리의 모닝 영어는 딸아이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의 진학으로 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가 가치 있는 무언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거기에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기를 위해 시간을 보낼 때 아이는 자기가 부모에게 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부모는 말로만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이를 위한 시간을 내어 주지는 못합니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소중한 사람이며,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자신이 귀중한 존재임을 느낍니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존중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게 세상은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니기에 아이는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아이가 자기 존중감, 안정감을 갖게 하려면 부모가 단순히 기계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변함없는 진지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입니다.
딸이 최근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이렇게 회상했네요.
”중학교 때, 나와 동생은 새벽마다 아빠와 영어 듣기를 해야 했다. 아마 새벽 6시쯤이었던 것 같다, 아빠가 매일같이 나를 깨우러 오시던 시간이. 중학생에게 새벽 6시면 한창 키가 클 시간인데. 나는 그때 잠을 많이 못 자서 키가 안 큰 게 분명하다. 여하튼, 매일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끌어올리며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미시간 액션 잉글리시(Michigan Action English)’ - 세상에나, 아직도 20년 전의 그 영어 교재 이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으면! -를 듣고 또 들어야 했다. 게다가 지문까지 달달 외워야 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에게는 그 아침 시간이 고역이었다. 오늘은 혹시 아빠가 늦잠을 주무시진 않을까? 어제 늦게 들어오셨으니 오늘은 좀 피곤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아빠는 언제나 우리를 깨우러 오셨다. 하지만 지금 우리 남매에게 ‘미시간 액션 잉글리시’는 아빠와의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
따님! 당신과 함께 모닝 영어를 했던 동생의 키는 180 센티미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