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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리 May 01. 2023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이 가는 이 다 흙만 여기도다

두어라 흙이라 한들 흙일 리가 있으랴.


학창 시절에 읽었던 시조인데 평생 잊히지 않는 글입니다. 한 시절 나는 나를 흙 묻은 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옥이다라고 우겼습니다. 그렇게 70 평생을 살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옥이라고 알아주는 사람이 나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이 시조를 대하는 관점을 이렇게 바꾸어보려 합니다.

<이 세상에는 흙 묻은 옥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다만 내가(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라고.


오늘 미사에서 들었던 신부님의 강론 요지입니다. 성당에는 두 부류의 신자가 있습니다. 한 부류는 예수님이 전지전능한 힘 있는 분이라고 믿는 신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달라고 기도하면 주실 거라 기대합니다. 반면에 다른 부류의 신자들은 예수님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이 주는 온갖 시련을 몸소 받으시며 결국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부활함으로써 새로운 세상(하느님의 나라)을 맞이하심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항상 자신만만합니다. 그들의 인생 여정에 예수님이 함께 하시기에 어려운 일도 헤쳐 나갈 수 있으며 결국에는 자신들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편안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미사에 참여했던 지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오늘 신부님 강론에 참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앞에 앉아계신 분이 공감해 주시네요.

"신부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럽고 편안하여 잠이 와요."


하느님!

저를 믿고 흙이 묻은 진주 계속 던져주세요. 열심히 찾고 닦아서 내 것으로 만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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