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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Mar 27. 2023

권민주 개인전 《보배로운 물건》, 공간 운솔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신이다

공간 불모지 @bullmoji 의 전시 오프닝 때, 우리 집 근처에서 공간 운솔을 운영하시는 @woon.sol 대표님을 만나 뵀었다.

그때 공간에 대한 소개를 받아 꼭 한 번 방문해야지 하고 있었기에 오후에 배다리로 향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시간을 내서라도 개항로와 배다리를 자주 방문했었는데 걸어서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로 이사 오고 난 뒤에 오히려 발걸음이 막혀버렸다.

가까운 곳은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 혹은 마음의 변명이 존재하는 인간은 참 신기한 생명체다.



현재 공간 운솔에는 권민주 작가 @miinjukwon 의 개인전 《보배로운 물건》이 진행되고 있다.

3월 22일부터 시작해 31일까지 전시를 볼 수 있으니 조금 서둘러야겠다.

권민주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보았는데, 공간 운솔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탑'과 관련된 작업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교회 출신이지만, 절을 좋아하는 나에게 탑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성당과 교회의 종탑 혹은 첨탑을 보며 서양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신에 대한 경외를 느끼는 한편, 사찰의 탑을 보면서는 동양의 건축적 미와 신으로부터 나오는 평온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느 종교의 우월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대상화하는 인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나는 흥미로워하고 재미를 느낀다.

탑이라는 건축물은 인간이 신에게 보내는 신뢰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신이 인간에게 보내는 사랑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동서양이 모두 비슷한 정서를 공유함에는 틀림이 없다.



권민주 작가는 이러한 '믿음'이라는 다소 추상적 소재를 '그림'이라는 가시적 대상으로 표현해 낸다.

우리가 자연 속에 위치하는 사찰을 걷다 보면,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른 돌을 쌓아 올린 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마다의 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상에서 집안의 스테인리스 그릇을 쌓아 올린 <가까운 곳에 자리한> 같은 작업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그릇 사이에서 나오는 연기는 금방이라도 신령이 나타날 것 같은 영험한 기운을 뿜어낸다. 주방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지만 그렇기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가치가 있는 스테인리스 그릇이야말로 가사 노동자에게 있어서 '토템'이 되는 것 아닐까.



그의 작업 중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신이다>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의 제목이 비석에 새겨져 있는데, 이 글귀를 보면 작가의 '믿음'에 대한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글귀를 읽고 <민주신 : 단비에 씻겨 깨끗한 돌의 신>, <태현신 : 별과 같이 신비한 해답을 나타내니>, <경란신 : 굳센 큰 허리띠와 같나니>를 보면, 그가 바라보는 추상적 세계가 조금 더 실체화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인간 자체로 신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마치 굳건히 서 있는 하나의 '탑'처럼 느껴진다.

'믿음=탑=신=인간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작가는 작업으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전시장에 계셨던 작가님 덕분에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내용을 물어볼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인스타 글을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믿음'은 대상이 있어야 한다. 저마다 믿음을 가지는 대상은 인구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전통적인 종교와 그 종교에서 말하는 절대자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연예인 혹은 롤 모델로 삼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겐 그저 돈이 가장 큰 믿음의 대상일 수도 있겠다. 또 어떤 이들은 믿음의 대상을 자기 자신 외에는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사회는 참 재밌는 것 같다. 각자의 믿음으로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고, 각자의 믿음으로 각자의 '돌탑'을 쌓으니 말이다.

권민주 작가의 전시를 보고 나니, 나는 어떤 믿음에서 어떠한 '돌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과연 내 돌탑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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