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Ⅰ. Prolog

Unnaemd Pagoda : 이름 없는 사원

by 정효민

Ⅰ. Prolog


우기의 미얀마는 우려와는 달리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전기오토바이(이하 이바이크)를 타고 달리면 목덜미를 시원하게 해주는 선선한 바람을 허락해 주었다. 우리는 5,000여 개의 불탑이 세워져 있는 바간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미얀마 사람들이 흙으로 쌓아 올린 언덕으로 내달렸다.


바간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주었던 E-Bike


이바이크를 잠시 언덕 아래에 세워두고 우리는 언덕을 올랐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바간을 내려다보았다. 방대한 초원 틈에 긴 세월을 버텨온 불탑들이 솟아있었고 짝꿍과 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잠시 동안 서로에게 불필요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함께였지만 온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바간과 마주하고 있었다.


침묵을 깨고 짝꿍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던진 질문은 바간에 향한 건지, 내게 향한 건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향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에는 바간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삶에 대한 의구심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질문이 흩날려 사라질 때 즈음, 멀리 풀을 먹이고 돌아오는 목수와 소떼가 나타났다. 장난치느라 무리에서 뒤처진 송아지는 엄마를 찾아 무리 사이를 소란스레 쏘다녔고 어미 소는 울음소리로 힌트를 주고 있었다.


풀을 먹이고 돌아오던 소떼와 목수


이윽고 바간의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지며 불탑의 뒷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낮에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불탑들이 잠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림자 진 불탑들의 모습이 오히려 선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황홀경에 빠져가던 찰나, 사라진 줄 알았던 그녀의 물음이 다시금 내게 돌아와 가슴을 울렸다.


"그런데 말이야. 도대체 바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KakaoTalk_20200722_112722619.jpg
KakaoTalk_20200722_112722619_01.jpg
KakaoTalk_20200722_112722619_03.jpg 석양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불탑들


<Unnamed Pagoda : 이름 없는 사원>매 주 수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작가의 변덕에 의해 게릴라성으로 추가 업로드 될 수 있으니, 빠르게 에세이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구독신청 부탁드릴게요 : )





#미얀마 #여행 #미얀마여행 #양곤 #바간 #인레 #낭쉐 #불탑 #파고다 #동남아 #동남아여행 #에세이 #여행에세이 #이름없는사원 #정효민 #작가 #정효민작가 #출판 #출간 #사원 #불교 #여행정보 #미얀마여행정보

keyword